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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치매 극복 빛이 보인다 … 스웨덴서 온 국제 포럼 ‘DFX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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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치매 전문가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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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름 왕궁에서 열린 DFX에서 실비아 왕비(왼쪽에서 둘째)가 발표를 듣고 있다. 실비아 왕비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초석을 다지고 DFX를 통해 스웨덴의 치매 정책 노하우를 세계와 공유하고 있다. [사진 DFX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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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환자일까. 의학적으로는 분명 환자다.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노인·인격으로 본다면 의미와 인식은 조금 달라진다. 어두운 면은 옅어지고 부담과 소외가 아닌 공존을 얘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전 세계 인류가 최대 과제로 삼는 치매에 대한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북유럽 국가 스웨덴은 일찌감치 이러한 노선을 택했다. 그리고 이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성과로 확인하고 있다. 지금은 치매 시스템과 정책의 세계적 표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시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5년까지 회원국 중 146개 국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과 무관치 않다. 치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나라들은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스웨덴의 문을 두드렸고, 스웨덴은 기꺼이 문호를 개방했다. 그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제 치매 포럼인 ‘디멘시아 포럼 엑스(Dementia Forum X·이하 DFX)’다. 그리고 DFX 최초의 한국 행사인 DFX 코리아가 오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스웨덴 실비아 왕비 경험이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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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치매 정책은 실비아 왕비의 개인적인 경험이 씨앗이 됐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독일인 아버지와 브라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실비아 왕비는 1976년 칼 구스타브 당시 왕세자를 만나 결혼했다. 신분을 초월한 세기의 결혼식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중 독일에 거주하던 친정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실비아 왕비는 그 후 오랜 기간 스웨덴과 독일을 오가며 직접 어머니를 간병했다. 그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왕비는 치매의 무서움을 절감했다. ‘국민들이 과연 치매 간병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치매 전문 시설의 필요성을 깨닫고 1996년 왕립 치매센터인 ‘실비아헴메트(Silviahemmet)’를 설립했다. 그리고 ‘치매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책임지고 환자와 가족을 지원해야 한다’는 철학을 실행에 옮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서서히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스웨덴과 달리 2000년대에 접어들어 많은 국가가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으면서 갑작스레 직면한 치매 문제 해결을 위해 스웨덴에 노하우 공유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왕실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전담기관인 스웨덴 국제 치매 기구 ‘SCI(Swedish Care International)’를 설립했다. 그동안 쌓은 치매, 노인 요양 보호에 대한 전문지식을 공유·수출하는 기구다. DFX는 SCI가 2015년 처음 개최한 이래 2년마다 스톡홀름 왕궁에서 개최되고 있다. DFX의 해외 콘퍼런스는 2018년 도쿄 개최에 이어 서울이 두 번째다.

DFX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 콘퍼런스, 알츠하이머연맹(AA) 국제콘퍼런스와 함께 세계 3대 치매 포럼으로 꼽힌다. 분명한 차별성 때문이다. 여타 포럼이 치매를 예방과 치료의 관점에 치중한다면 DFX는 치매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연구, 요양, 사회·정책, 금융, 기업 등 5개 부문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모여 통합적인 솔루션을 다각적으로 모색한다. 치매를 단순히 하나의 질병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의 치매에 대한 인식은 문화에 녹아 있다. 노인 시설을 시설이 아닌 주거 개념으로 본다. 시설은 주거지로 구분돼 임대료를 지불하고 일반 주택처럼 주택수당 지급 대상이다. 치매 환자 3분의 2가 집에 거주하며 케어를 받고, 환자를 포함해 가족이 지원받는다. 치매 환자도 일상생활이 용이하도록 상점과 경찰까지 이들에 대한 대처 요령을 교육받는다. 많은 나라가 스웨덴을 벤치 마킹하려는 이유다.



‘새로운 희망’을 주제로 5개 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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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X 코리아는 그동안 DFX가 추구해 온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이번 포럼은 ‘새로운 희망(New Hope for Dementia)’을 주제로 내걸었다. 포럼에서 발표되는 내용을 관통하는 주제다. 정책, 진단, 치료·관리, 통합적 접근, 사례 연구 등 5개 세션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 첫 번째 정책 세션에서 ADI 파올라 바바리노 대표가 치매 극복을 위한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한다. 전인적인 관점에서 치매 환자 치료와 케어에 국가가 지원하는 다양한 사례가 제시될 전망이다. 진단 세션에선 조선대 이건호 교수가 발표하는 빅데이터를 근거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한국형 바이오마커 기술이 눈길을 끈다. 영상 장비를 통한 진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통합적 접근 세션에서 암스테르담 자유대 알츠하이머센터 필립 쉘튼 센터장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 및 성과 발표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 동향과 함께 기존 치매 치료제와 전혀 다른 방식의 다양한 기전을 가진 젬벡스앤카엘의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GV1001’의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그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GV1001’의 효과와 가치를 인정해 이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논문 발표, 유럽 임상 등 지원을 자처한 바 있다. 또 이날 마지막 세션에서는 디지털 스트레스 관리 기술, 두뇌의 가소성과 치매 극복 사례 등 다양한 발표가 이뤄진다.

■ 역사상 최대 규모 한-스웨덴 교류의 장 펼친다…25~27일 코엑스서 3일 3색 ‘K-Dementia 2020’

이번에 열리는 DFX는 그 하나의 행사로 그치지 않는다. DFX 본행사가 26일에 열리고, 이를 중심으로 전날과 다음 날 또 다른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DFX 코리아가 DFX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인정받는 이유다.

DFX 코리아 개최 전날인 25일에는 ‘디지털 치료제 및 스마트 헬스케어 심포지엄(Digital Therapeutics Symposium)’이 열린다. 3일간의 각 행사를 총괄하는 개념의 ‘K-디멘시아 2020(K-Dementia 2020)’을 구성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주최로 열리는 첫날 심포지엄은 다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통한 질병의 예측, 진단뿐 아니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디지털 치료제 기술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의 연구 성과와 제품에 대한 발표가 진행된다. 최근에는 AI 기술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인지 강화 훈련 로봇이 개발되는가 하면, 위치추적 기술에 원격화상 기술이 적용된 치매 어르신 배회 방지 및 원격 관리를 돕는 솔루션이 나오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비대면 치매 예방, 건강관리 솔루션 ▶다중 생체신호 실시간 스마트 모니터링 ▶AI 기반 홍채 분석을 통한 현장형 스마트 건강 스크리닝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 제품과 기술이 제시될 전망이다.

DFX 코리아 이튿날인 27일에는 ‘한-스웨덴 바이오 스타트업 피칭데모데이’ 행사가 열린다. 국내 및 스웨덴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컨설팅의 장을 마련하고 실제 이들 기업 간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스웨덴의 생체신호 및 행동변화 감지 센서 솔루션 개발 기업인 ‘레이텔리전스(Raytelligence)’, 이미지 기반의 의사소통 플랫폼 업체 ‘픽처마이라이프(PictureMyLife)’, 한국의 AI 기반 자궁경부암 원격판독 시스템 개발 업체 ‘아이도트’, 영상 분석을 통해 치매 등 고령 인구의 건강 이상을 감지하는 서비스 개발 업체 ‘고큐바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다수 기업이 참여해 다양한 교류를 이어나간다. DFX 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DFX에 전시회를 비롯한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가 맞물려 그 규모가 확대됐다”며 “이번 행사는 DFX에서 유례 없는 큰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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