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치매 신약 후보 물질
서울에서 열린 ‘제1차 젬백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자문위원회’의 모습. [중앙포토] |
치매(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은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쓰이는 ‘도네페질’ ‘갈란타민’ 등 치료제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해 줄 뿐이다. 하지만 포기는 이르다. 최근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수립한 신약 후보 물질이 속속 등장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정복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국내 제약사 젬백스앤카엘이 개발한 ‘GV1001’이다. 세계적인 알츠하이머병 전문가인 필립 쉘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알츠하이머센터장은 2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디멘시아 포럼 엑스(DFX) 코리아’에서 최근 치료제 개발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한국 3상 임상시험을 앞둔 GV1001을 대중에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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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서 중증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 입증
종전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거나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뇌의 ‘찌꺼기’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 하나의 원인 기전만 조절하다 보니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고 부작용도 비교적 심한 편이었다.
반면에 젬백스앤카엘의 GV1001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복합적으로, 그것도 한꺼번에 조절한다. 뇌 신경세포 안팎의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침착과 엉킴을 차단하는 동시에 항산화·항노화 작용으로 신경 염증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신경전달물질을 직접 조절하지 않아 내성이나 부작용 우려도 적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 2상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다.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9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일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도네페질)를 투여하고, 나머지 두 그룹은 각각 용량을 달리해 도네페질과 GV1001을 동시에 투여한 후 6개월 뒤 인지기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도네페질만 투여한 그룹은 치매 평가지표(SIB) 점수가 7.23점 감소했지만 도네페질과 GV1001을 고용량으로 함께 투여한 그룹은 0.12점 줄어드는 데 그쳤다. SIB가 낮을수록 치매 상태가 심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돌봄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안정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1차 젬백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자문위원회’에는 한국·미국·네덜란드·프랑스 등 4개국 석학들이 참가해 신약 개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신경정신행동검사(NPI) 창시자인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신경연구소 제프리 커밍스 교수는 회의에서 “GV1001은 다양한 타깃에 작용하는 만큼 성공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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