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2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20·30 공무원들 “'갑질오너형' 직장 상사 제일 싫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0~50대 공무원은 '군대조교형' 상사 가장 싫어해

세계일보

20∼30대 공무원 10명 중 3명은 가장 싫어하는 직장 ‘꼰대’로 ‘갑질오너형’(본업과 무관한 개인적 심부름을 시키는 유형)을 꼽았다. 반면 40∼50대 공무원들은 사회 초년생일 때 “까라면 까”식의 상명하복을 강요한 ‘군대조교형’을 가장 싫어했다고 답했다.

17일 행정안전부가 공직사회 소통을 위해 펴낸 가이드북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 따르면 공복으로서 공무원들이 갖는 직업의식과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은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는 공직사회에서 함께 일하는 세대 간 간극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 43개 기관 57명의 주니어(20∼30대) 공무원들로 구성된 ‘정부혁신 어벤져스’가 책자 제작에 참여했다.

◆젊은 공무원들 “‘라떼는 말이야’식 직장상사 가장 흔해”

책자는 ‘90년대생이 말하는 공직사회’와 ‘제발 그 라떼는 드시지 마세요’, ‘선배들이 들려주는 요즘 후배님들 이야기’, ‘90년대생 공무원들은 꿈을 꾼다’ 4장으로 구성된다. 주니어 공무원들이 공직에 입문한 뒤 느끼거나 겪은 다양한 사례와 함께 관련한 세대별 설문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정부혁신 어벤져스팀은 지난 8월 ‘시니어 공무원’(1960∼1970년대생) 1196명과 주니어 공무원(1980∼2000년대생) 18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니어 공무원의 89.2%는 근무 기관에 ‘꼰대’(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직장 상사 또는 연장자)가 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꼰대 유형으로는 ‘라떼는 말이야형’(과거 경험만 중시해 사회변화나 세대별 차이를 무시하는 유형)이 50.7%, ‘군대조교형’(‘까라면 까’식의 상명하복을 강요)이 23.9%, ‘동네반장형’(호구 조사하듯 사생활을 캐물음)이 10.0%였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니어 공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꼰대 유형은 갑질오너형(32.0%), 군대조교형(28.2%), 라떼는말이야형(24.7%) 등의 순으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28.3%),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26.2%), ‘일적으로만 부딪히고 개인적 친분을 쌓지 않는다’(24.5%) 등의 방식으로 이들 꼰대 상사에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견 공무원들 “나 때는 ‘까라면 까’ 상사가 제일 흔했지”

시니어 공무원들의 36.0%는 ‘사회 초년생일 때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던 꼰대’ 유형으로 군대조교형을 제일 많이 떠올렸다. 이어 갑질오너형 27.9%, 라떼는말이야형 22.5%, 사감선생형(옷차림, 화장 등 상대방의 외모에 시시콜콜 간섭) 6.1% 등의 순이었다.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는 시니어 공무원들의 44.5%가 ‘보통이다’고 답해 주니어 공무원들과 온도차를 보였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자는 15.7%에 불과했다. 이들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프라이버시 존중’(55.9%), ‘내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음’(55.3%), ‘상대방 이야기 경청’(49.9%) 등을 꼽았다.

젊은 공무원들은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에도 비판적이었다. 주니어 공무원의 56.9%는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이 (매우) 효율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다’고 답한 주니어 공무원은 34.3%였다. 반면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다’고 응답한 시니어 공무원은 33.1%에 불과했다. 시니어 공무원 중 ‘보통’ 응답률은 48.4%였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한 만큼의 보상을” vs “성취감·소속감 중요”

업무 스타일도 세대별로 차이가 컸다. ‘추구하는 직장생활의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주니어·시니어 공무원 모두 ‘일과 가정의 양립’(워라밸)을 67.7%, 60.5% 꼽았다. 하지만 주니어 공무원들 사이에선 ‘일한 만큼의 보상’(44.6%)과 ‘성취감’(39.4%), ‘자유로움’(35.0%), ‘자아성장’(34.4%)이 톱5에 오른 반면 시니어 공무원들은 성취감(44.0%), 소속감(35.1%), 일한 만큼의 보상(34.9%), 자아성장(27.4%) 순이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 간 세대 차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항목은 회식이나 등산 등 업무 외적인 친목 도모 활동 부문이었다. 주니어 공무원은 ‘개인 여가 시간을 침해하는 활동’(50.9%), ‘업무가 끝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음’(50.7%), ‘평소 하지 못한 얘기를 할 수 있음’(45.5%) 등 비교적 부정적 반응이 많았던 반면 시니어 공무원은 ‘평소 하지 못한 얘기를 할 수 있음’(60.3%), ‘조직결속에 도움’(56.2%), ‘업무적으로 도움이 됨’(35.5%)과 같은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행안부는 이번 책자를 공직사회 세대 간 소통 확산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417개 기관에 배부할 계획이다. 또 18일부터 행정안전부 누리집과 대형서점 e-book 등을 통해 무료 배포한다. 한창섭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조직의 힘과 경쟁력이 변화를 꿈꾸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힘으로부터 나온다”며 “이번 책자가 공직사회 세대 간 소통과 함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혁신의 촉진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