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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승강기 말고 계단으로 배달하라"… 아파트 입주민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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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사용금지 요구

"직접 집으로 배송 요구하며 계단만 이용하라 종용"

세계일보

전남 영광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택배기사 A씨 부부는 최근 모 아파트 입주민들의 요구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아파트 내부에 게시하고 모든 물건을 1층 경비실로 배송하고 있다.

A씨는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지만, (남편)제가 보는 앞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내 뱉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고 죽고 싶을 만큼 참담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A씨가 배달하는 이 아파트의 최고층은 17층이다. 복도식이며, 승강기는 모두 3대가 있다.

A씨는 최근 입장문 게시를 통해 “아파트 몇몇 입주민들이 택배 배송시 승강기 이용을 금지해달라고 하시고 무거운 짐도 계단을 이용해서 배송하라고 하셨다. 제가 다리가 불편함에도 승강기 이용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다. 제가 승강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입주민들이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야하는 불편함을 감소해 드리기 위해서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물건 배송 과정에서 몇몇 입주민들은 강력한 항의와 욕설을 하시며 불만을 표출하셨다. 그래서 00아파트 택배 물건은 경비실에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로 글을 맺었다.

세계일보

몇몇 아파트 입주민들이 승강기 사용을 금지 시키자 택배기사가 게시한 입장문. 뉴시스


택배기사 A씨는 먹고 사는 일에 쫓겨 추락사에 의한 '골반 골절상'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현재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택배일을 하고 있고, 다리가 불편하다 보니 부인이 함께 일을 거들고 있다.

A씨 부부는 해당 아파트에 도착하면 배송 물건을 각 층 호수별로 분류하고 승강기에 한꺼번에 실고 올라가 17층에서 1층까지 물건을 승강기 앞 복도에 먼저 쌓는다.

이후 다시 승강기를 타고 17층까지 이동해 부인이 승강기를 잠시 잡고 있으면 A씨가 복도를 따라 각 호수별로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승강기를 너무 오래 잡고 있어 불편하다는 일부 입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동대표를 비롯해 노인회장과 몇몇 입주민들이 승강기 이용을 자제 또는 이용하지 말라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택배기사 A씨는 “본인들이 승강기 이용을 못하게 해 경비실로 물건을 배송하고 있는데 한 주민은 물건을 직접 집으로 배송해 달라 면서도 반드시 14층까지 승강기 대신 계단만 이용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하지만 A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14층 입주민은 “택배기사 A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단 한 번도 계단을 이용해 물건을 14층까지 배송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영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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