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3자연합,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인수 저지 위해 '실탄' 확보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 한 지난 16일 인천 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들이 서 있다. 경향신문 자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마련하기 위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산업은행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모펀드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2일 메리츠증권과 한진칼 550만주를 담보로 한 계약을 맺었다. KCGI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12일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날이다. KCGI 측은 이번 계약 등을 통해 1300억원을 대출받았다.

KCGI 측 관계자는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사놓은 것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고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에 돈을 넣어줄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현금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지난달 29∼30일 우리은행(30만주), 한국캐피탈(2만8000주), 상상인증권(3만주) 등에서 주식담보 대출로 현금을 확보했다. 이는 선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용도일 수도 있으나, 최근 KCGI의 행보를 감안할 때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자 연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산은이 확보하는 한진칼 지분 약 10.7%가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번 인수 과정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마련하고,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3자 연합 측은 현재 지분율이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에 앞서지만, 유상증자 이후에는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 사실상 종료’라는 보고서에서 “산은이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이라고 가정할 경우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47.33%(신주인수권부사채 제외)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3자 연합은 신주인수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지분율이 42.9%로 조 회장 측의 지분과는 격차가 4.43%포인트 난다”고 밝혔다.

산은은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3자 연합은 산은을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KCGI가 산은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낸 것은 이 때문이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양대 항공사 통합을 위한 거래가 무산된다.

조 회장의 최근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회장은 하나은행에서 42만5000주를 담보로 받은 대출(100억원)을 지난 5일 연장했다. 하나금융투자에서 한진칼 주식 15만주를 담보로 받은 대출(27억원)도 연장했다. 하나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은 지난 8월17일에 연장됐으나 공시 요건이 충족된 것은 지난 5일이다. 한진칼 측은 “하나금융투자의 대출 연장 때는 공시 요건이 아니었는데 11월5일 공시 요건이 성립해 이전 변동 내용을 최근 함께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이 통합 항공사 출범과 관련해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잡으면서 공시 사항이 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