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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나팔관 같은 환경서 ‘금수저 배아’ 키워 임신 성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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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생명을 만든다 ⑤ 조현진 대전마리아의원 연구실장

중앙일보

조현진 대전마리아의원 연구실장


시험관아기 시술은 난임 부부에겐 동아줄 같은 존재다. 체외 수정한 배아를 엄마 자궁에 이식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3~5일. 이 기간에 배아가 시험관에서 얼마나 건강하게 잘 자라느냐가 임신의 성패를 가른다.

대전시 둔산동에 있는 대전마리아의원(마리아병원 분원)은 배아가 시험관에서 성장하는 동안 엄마의 자궁과 비슷한 환경에서 배양하는 방식인 ‘공배양(共培養)’을 적용해 이른바 ‘금수저 배아’를 만들고 임신 성공률을 높인다.

이 병원 임상 배아 전문가인 조현진(52·사진) 연구실장은 지난 30년간 공배양으로 1만여 건의 임신 성공 사례를 보유했다.

Q : 공배양이란.

A : “공동으로 배양한다는 뜻이다. 공동 배양의 대상은 배아와 난구 세포(난자를 둘러싼 세포)다. 자연 임신의 경우 배아는 엄마의 나팔관에서 영양 물질을 먹고 대사하며 성장하는데, 이때 배아가 배설한 대사 산물을 나팔관 상피세포가 먹어치운다. 또 나팔관 상피세포는 배아에 필요한 성장인자를 분비하는데, 배아는 이것을 먹고 튼튼하게 자란다. 배아와 나팔관 상피세포가 공생하는 모체의 나팔관 환경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방식이 바로 공배양이다. 공배양에선 나팔관 상피세포의 이 같은 기능을 난구 세포가 대체한다. 배아와 난구 세포를 함께 배양해 건강한 발달을 돕는다.”

Q : 공배양의 진행 단계는.

A : “우선 과배란으로 난자·난구 세포를 얻고, 난자를 둘러싼 난구 세포의 일부를 채취한다. 배아 배양접시의 바닥에 난구 세포를 깔고 그 위에 체외 수정된 배아를 배양액과 함께 넣어 배아와 난구 세포를 배양한다. 이때 사용하는 배양액은 난자 채취 시 얻은 실제 난포액 20%, 나팔관 체액 유사 물질 80% 정도로 구성된다. 이는 합성 혈청(10%)과 나팔관 체액 유사 물질(90%)로 구성된 일반 배양액보다 엄마의 나팔관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 배양접시에서 배아는 난구 세포와 공생하며 3~5일간 자란 뒤 엄마 자궁에 이식된다.”

Q : 공배양의 장점은 뭔가.

A : “일반 배양법과 달리 엄마의 나팔관 환경과 비슷한 곳(배양접시)에서 자란 배아가 실제 자궁에 이식되면 배아는 이곳을 ‘낯선 환경’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덕분에 착상률을 높일 수 있다. 또 일반 시험관아기 시술에선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자마자 원활한 배아 관찰을 위해 난구 세포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데, 공배양의 경우 배아는 배양접시에 배양된 난구 세포로부터 지속해서 성장인자를 공급받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Q : 처리 과정이 번거롭다던데.

A : “사실 공배양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난포액을 개인별로 모아 따로 처리해야 하고, 각각의 난자에서 난구 세포를 떼어 여러 처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도 공배양을 실시하는 곳이 손에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튼튼한 배아를 얻기 위해 공배양을 고집한다. 공배양은 과배란으로 얻은 난자가 충분하거나 난구 세포가 건강할 때 실시할 수 있다. 대전마리아의원에선 난임 부부의 60~70%가 이 방식을 시도한다. 공배양의 임신 성공률은 51.2%로, 일반적인 시험관아기 시술의 임신 성공률(약 40%)보다 높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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