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접촉 안 해... 기밀 정보는 비공개"
바이든 측 "대응 잘못됐다"... 정치적 오용
몬세프 슬라위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백신 '초고속 작전' 최고 책임자가 13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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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의 유일한 해결책인 백신이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오용되고 있다. 당장 내달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데, 생산 등 관련 내용이 ‘기밀’이라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에 정보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통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행보가 또 한 번 난관에 부딪치게 됐다.
미 코로나19 백신을 총괄하는 백악관 ‘초고속 작전’ 최고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 박사는 22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백신이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24시간 내로 접종 장소로 출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FDA는 다음달 10일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논의한다. 여기서 승인이 나면 이튿날인 11일부터 백신 접종이 개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슬라위 박사는 백신 후보군의 효능과 관련, “이 감염병(코로나19)에 대한 거의 완전한 보험”이라며 내년 5월까지 미국인 70%가 백신을 접종해 “진정한 집단 면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계획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는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슬라위 박사는 같은 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인수위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저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기밀 정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비공개 규정을 엄수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을 방해하는 어떤 행위에도 우려하며, 바라건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신 개발의 정치적 남용 가능성을 경계한 발언이지만 새 정부 탄생이 임박한 마당에 정보 독점은 정책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론 클라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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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 측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같은 방송에 출연해 “(백신) 관계자 모두가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맹비난했다. 클레인 내정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9개월여 동안 시행한 코로나19 검사 규모는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도 안된다”며 “국민은 트럼프 행정부가 100%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맹공했다. 또 “백신 자체는 생명을 구하지 못하며 백신 접종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백신 배포와 접종까지 맡길 수 없다는 의미다.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감염병 통제를 정권의 연착륙 여부를 가늠할 지표로 보고 있다.
이날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1월 들어서만 미국 내 신규 코로나19 환자는 306만5,000여명이 발생했다. 이런 추세라면 월말까지 한 달간 미국 내 확진자는 4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200만여명에 달하는 누적 확진자의 4분의 1이 11월에 나올 정도로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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