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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머리 염색, 반찬 준비, 손녀 등하교"…사립고 설립자 가족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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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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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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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한 사립고등학교 설립자 가족이 지난 30여년 동안 교직원들에게 갑질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전남 무안의 A고교 등에 따르면, A고교 전현직 교직원 17명은 그동안 자신들이 겪은 갑질사례를 실명으로 기록해 최근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사택관리, 운전, 개인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포함해 가축 도축까지 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1980년대 설립된 이 학교는 설립자가 2010년 사망한 이후 공동설립자인 부인 B씨가 학교를 운영해 왔다. 교직원들은 B씨가 학교 인접 관사에 살면서 학교 직원들에게 청소와 빨래, 설거지, 음식장만, 차량운전 등을 지시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B씨 딸의 거주지 관리, 차량 출퇴근, 개인 심부름까지 교직원들이 제공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생인 손녀의 등하교 차량 운전도 직원들이 맡았다고 한다.

한 교직원은 "매달 김장 등 반찬 만들기는 기본이고 관사 풀베기 뿐 아니라 개인 소유 밭의 고구마 심고 캐는 일까지 도맡았다"며 "다른 직원은 설립자 부인의 머리염색도 매일 직접 해줬다"고 주장했다.

또 관사에서 키우는 닭이나 돼지, 심지어 개까지 도축을 교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증언도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처음에는 병아리를 사와 키우기 시작해 많게는 하루에 닭을 15마리까지 잡아서 급식실로 보냈다"며 "개와 돼지는 도저히 직접 잡을 수 없어 업체에 맡긴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학교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관사에서 키운 닭은 잡아 교사들에게 복날 점심으로 제공한 적은 있으나 돼지는 사육한 적이 없다"면서 "아흔 살이 다 된 설립자께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지나친 점이 직원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갑질과 관련해서 B씨는 "제가 운전을 할 줄 아는데 왜 직원들에게 운전을 시키냐"면서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직원들의 갑질 주장은 저와 친오빠의 갈등에서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저를 음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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