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1월 주택가격전망 CSI' 역대 최대
20~30대, 부산 등 6대광역시 집값 상승전망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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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결국 '부동산 불패' 심리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 전망은 이번달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ㆍ수도권 뿐 아니라 6대 광역시에서도 집값 상승을 점치는 심리가 역대 최고로 높아졌다. 연령대에 관계없이 대부분 집값 상승을 예상했는데, 특히 20~30대에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부가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인위적으로 가격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국민들은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강하게 확신하고 있는 셈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30을 기록하면서 전달에 비해 8포인트 올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조사한 2013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택가격전망CSI는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집값이 어떨 것 같은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수치가 100을 웃돌면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 같다고 답한 사람이 반대 경우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고, 서울은 다소 둔화됐어도 부산ㆍ인천 등 6대 광역시와 지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다"며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 또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 중 집세(56.3%)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달에만 해도 집세가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꼽은 응답비중은 46.9% 수준이었는데 한 달 새 9.4%포인트나 오르며 절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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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전망CSI를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 층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났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40세 미만(20~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달 127에서 이번달 136까지 뛰었다. 평균(130)보다 6포인트나 높게 나타나며 집값 상승심리를 부추겼다. '손 놓고 있다가는 평생 집을 살 수 없다'는 심리가 젊은 층에서 강하게 작용한 것을 나타낸다.
수도권 부동산 규제에 지방에서 나타난 풍선효과도 CSI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6대 광역시의 주택가격전망CSI(136)는 지난달(125)보다 11포인트나 올랐고, 서울(126)을 10포인트나 앞질렀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아파트 같은 빌라를 공급하겠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사는 것이 안타깝다' 등 정부 측에서 내놓은 말이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고,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심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한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문제의 큰 원인은 심리인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심리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신뢰가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이 나오면 집값은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가격전망CSI 추이를 보면 공교롭게도 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급등세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종합부동산세 인상안 등을 담은 '9ㆍ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2018년 9월 주택가격전망CSI는 128까지 올라갔다. 이번달에 기록이 깨지기 전까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세제ㆍ금융ㆍ청약제도 등을 총망라한 '12ㆍ16 대책'을 내놓자 주택가격전망CSI(125)가 올랐다.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4월과 5월 100 밑으로 떨어졌지만, 지난 여름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ㆍ전월세상한제ㆍ전월세신고제)'이 발표되자 이번엔 전셋값이 급등하며 집값 상승심리를 부추겼다. 정책 영향은 잠깐 먹히는 듯 하더니 10월엔 122, 이달엔 130으로 뛰었다.
한편 이달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9로 전월대비 6.3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96.9)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1월(104.2)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하기 전인 10~16일 진행돼 다음달은 장담하기 힘들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이제 막 풀려난 소비진작책이 움츠러들면 경기나 소비 패턴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3차 유행에 대한 방역 성공 여부, 거리두기 단계 조정 등이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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