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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3년전 8억에 사던 '마래푸' 전셋값이 10억...24번 대책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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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번 규제책에 전셋값마저 급등

잘못된 정부 처방이 부른 대참사

3년 전 집 살 돈으로 이제 전세살이밖에 못 하는 시대가 됐다. 집값도 전셋값도 모두 폭등한 탓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셋값이 3년 전 집값보다 오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 결과다. “가격 상승을 원상회복 시키겠다”(문재인 대통령 올해 신년사)는 호언은 말 잔치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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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르는 시세 그래프 같은 아파트 모습. 서울 잠실한강공원 일대에서 바라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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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는 지난달 20일 20억2000만원(14층)에 전세 거래가 됐다. 이 면적 기준으로 전국 최고 전셋값이다. 2017년 5월 매매가는 16억원(6층)이었다. 지금 전셋값이면 3년 전 집을 사고도 약 4억원이 남았다. 오른 전셋값만큼 집값은 더 올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인 지난 6월 이 아파트는 31억원에 거래됐다.

강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전역의 주요 단지 상황이 비슷하다. 현재의 전셋값이 3년 전 집값을 넘어섰다. 정부가 임대차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지난 7월 30일 이후 신규 거래로 보이는 전세 매물일수록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의 경우 2017년 5월 8억원(9층)에 살 수 있었지만, 지난달 전셋값이 10억원(2층)을 찍었다. 이달 매매가는 17억4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갱신했다. 노원구 청구 3차(전용 84㎡)도 지난 9월 7억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3년 전 집값은 5억 원대였다. 이달 매매 가격은 12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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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집값보다 오른 서울 전셋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년 전과 비교하면 다락같이 올랐는데도 부동산 시장의 오름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 가격전망소비자 동향지수(CSI)는 130으로 2013년 1월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달보다 8포인트 올랐다. 지수가 100을 웃돌수록 1년 뒤 주택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규제가 타깃하는 대상의 값이 올라가는 전형적인 규제 프리미엄 현상”이라며 “서울은 신규 아파트 선호가 강해서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시차를 두고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난에 “빌라 임대도 좋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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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매입 임대주택을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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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정부 규제는 집값은 못 잡고 시장만 어지럽힐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시장의 수요와 달리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11ㆍ19 전세대책이다. 아파트 전세난을 다세대ㆍ다가구 위주의 매입임대 공급으로 해결하려고 나섰다. 김현미 장관,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등이 잇따라 임대주택을 방문해 “아파트만큼 좋다”고 홍보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진 위원장은 “아파트 환상을 버리라”는 발언 탓에 ‘마리진투아네트’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 가구가 이동하는 까닭을 분석해보니 정부가 이번에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며 주장했던 집주인과의 갈등보다는 직장·주거 근접, 편의시설 등 더 나은 거주 환경을 찾아 이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이 주거 안정이 아니고 양질의 주택을 찾아 원활히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주거 안정인데 정부는 한 집에서 4년(2+2년)을 살면 주거 안정을 할 수 있다고 믿으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른 전셋값이 결국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달 초 과천 지식정보타운 공공분양 때 50만명이 몰리는 등 이미 가수요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최근 전셋값 상승은 매매 수요를 누른 탓”이라며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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