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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문대통령 침묵의 의미는…尹 해임 후 개각서 秋 교체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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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윤석열 자진사퇴 압박…윤석열 버틸 경우 '해임' 수순 가능성

尹 물러나면 연말연초 개각시 추미애 교체 여지…연내 공수처 출범과도 맞물려

뉴스1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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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판사 불법 사찰 등의 비위 혐의를 문제 삼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직무정지 조치를 발표한 지 이틀이 지난 26일 오전까지도 청와대는 이번 극한 충돌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추-윤 사태'에 대한 그간의 '거리두기' 기조를 이어가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충돌로 추 장관과 윤 총장간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측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태를 종결하는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번 징계 청구 결과에 따라 윤 총장을 물러나게 한 뒤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추 장관도 교체하는 게 문 대통령 침묵에 담긴 의미가 아니냐는 얘기다.

26일 법무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 검찰총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했다.

추 장관은 발표 직전 청와대에 보고계통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별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그간 추 장관과 윤 총장간 갈등 때마다 침묵하며 거리두기를 해왔던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관측과 헌정사상 초유인 이번 추 장관의 조치를 만류하지 않은 것을 보면 사실상 암묵적으로 승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동시에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극도로 언급을 삼가면서 '거리두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윤 총장이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낸 데 대해 이날 오전 직무집행정지와 관련한 본안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등 이번 사태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청와대의 신중한 기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언급 자체가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정치적 논란이 더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추 장관의 발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일제히 판사 불법 사찰 문제를 부각시키며 윤 총장의 거취 결단을 거론하고 나선 것과 맞물려 청와대 등 여권 내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문 대통령을 독대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추 장관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권고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조직적 사찰 의심'까지 거론하며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지만, 추 장관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일은 추 장관 혼자 판단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시기나 방식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큰 방향에 있어선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이 두 사람간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감찰 결과를 토대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거나 징계 절차를 거쳐 해임하는 수순을 밟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야당의 반발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추가 감찰을 지시하고 징계 심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윤 총장이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현재 장모 등 가족 및 측근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국 자진사퇴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여권의 기대감도 감지된다.

만약 윤 총장이 자진사퇴를 끝내 거부할 경우 징계 처분을 거쳐 문 대통령이 해임을 결단할 여지도 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이 즉각 사표를 낸 전례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윤 총장의 거취가 정리돼 두 사람간 갈등 문제가 매듭지어진다면 추 장관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완성'을 강조해 왔던 데다 민주당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서라도 연내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인 만큼 윤 총장의 퇴진과 공수처 출범까지 마무리된다면 추 장관에게도 퇴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연말연초에 단행할 개각과 맞물려 추 장관이 자연스럽게 물러난다면 이른바 '추-윤 갈등'은 비로소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추 장관 역시 연말연초 개각 때 교체된다면 내년 서울시장 보선에 도전하거나 차기 대권 도전으로 직행하는 등 또 다른 정치행보가 가능해진다.

여권 일각에선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두 사람의 충돌이 지속되면서 얼마나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느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 총장 거취 문제가 정리된다고 하더라도 추 장관을 그대로 두긴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최근 문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간 갈등에 대한 부정적 민심을 전달한 것은 물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차출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져,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이 대표도 같은 구상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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