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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 확산된다. 스키장 문 닫아라"…독일發 '유럽 스키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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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EU차원에서 스키장 문 닫게 해야" 주장

오스트리아 "문 못 닫아…안전하게 운영 가능" 반박

국가, 지역 따라 스키장 문제로 갈등 빚어

스위스 언론 "스키 전쟁에 대비해야"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스키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럽이 '스키전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산악지대가 많은 오스트리아는 코로나19 때문에 겨울 스키 시즌까지 막을 경우 경제적 파장이 작지 않다며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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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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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에 출석해 "스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며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 내 모든 스키장 폐쇄 제안을 투표에 부치겠다"고 제안했다. 메르켈 총리가 스키장 폐쇄를 제안한 것은 올해 초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의 코로나19 대유행 발원지가 스키장이었기 때문이다.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스키장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국뿐 아니라 EU 국가들 모두의 참여를 촉구했다는 점이다. 유럽에선 겨울철 스키를 즐기기 위해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알프스산맥에 있는 국가들로 여행을 떠난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이지만 사실상 겨울철 여행 금지 조처와 다름없다.


이는 독일 지방정부의 반발과 무관치 않다. 독일 내 스키장만 문을 닫을 경우 다른 나라로 여행객을 빼앗겨 방역은 제대로 못 한 채 경제적 타격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지방정부들은 문을 닫게 할 거면 유럽 차원에서 일관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는 "독일 내 스키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면 오스트리아의 스키장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총리의 제안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국가는 오스트리아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 문제는 EU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스키장 관련 산업은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할 정도로 비교적 큰 편이다. 특히 스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고용은 전체의 8%를 차지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성명에서 "오스트리아에서 보내는 겨울 휴가는 안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스키장 논란은 알프스산맥을 접한 나라들로 번지는 양상이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편드는 쪽이 다르다. 가령 코로나19로 올봄 큰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이탈리아는 스키장 폐쇄에 공감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스키장 문을 열어둘) 여유가 없다"며 내년 1월10일까지는 스키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스키장이 있는 북부 지역의 경우 스키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탈리아 스키장은 해마다 110억유로(약 14조5000억원)을 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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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프랑스는 스키장을 개장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EU 회원국이 아닌 산악국 스위스는 각국의 대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스위스 언론들은 EU 각국이 알프스 주변 지역의 방문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신문은 유럽 국가와의 스키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제안에 EU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는 "스키장을 열 것인지 말 것인지는 EU가 아닌 각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국이 코로나19 방역에 협력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너무 일찍 완화할 경우 재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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