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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0일 “한 대에 100만원”…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맷값 폭행사건’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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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2010년 11월30일 “한 대에 100만원”…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맷값 폭행사건’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가 회사 앞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화물연대 조합원 배기사(정웅인)를 아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장면은 10년 전 벌어진 ‘맷값 폭행사건’이 모티브가 됐습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이 충격적 사건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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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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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가 고용승계 문제로 1인 시위를 한 하청업체 운전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때린 뒤 ‘맷값’이라며 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탱크로리 화물차를 운전하는 유모씨(52)는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 최철원씨(41)가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자신을 야구 방망이로 10여차례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종관씨의 큰아들로,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유씨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회사가 M&M으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에 문제가 생기자 M&M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M&M은 운수 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를 조건으로 고용승계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고 당시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부장인 유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해고를 당했다는 게 유씨 주장이었습니다.

사건 당시 유씨는 자신의 탱크로리차를 인수하겠다는 M&M의 연락을 받고 계약차 용산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유씨에 따르면 최씨는 M&M 임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한 대에 100만원”이라며 대여섯대 유씨를 때리고, 유씨가 이를 피하려 하자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세 대를 더 가격했습니다. 최씨는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넸고 5000만원에 탱크로리를 넘긴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쓰게 했습니다. 폭행 당시 옆에 있던 M&M 임원들은 최씨를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씨는 “재벌 2세가 직접 나서 구타를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정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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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값 폭행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철원씨(41)2010년 12월2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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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기소된 최씨는 법정에서도 어이 없는 발언으로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군대에서 맞는 ‘빠따’ 정도로 생각하고 ‘훈육’ 개념으로 때렸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2월 최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군대에서 빠따 정도의 훈육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1958년생으로 최씨보다 11살이나 많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훈육을 받을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범행에 야구방망이와 같은 위험한 수단을 이용했고 우월적 직위와 보안팀 직원 등 다수인을 대동해 사적 보복에 나선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국민의 법 감정과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최씨가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양형을 조정한 이유였습니다.

’맷값 폭행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지난 지금, 이런 ‘갑질’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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