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반전·평화 신념, 전략·타협적이지 않아"
의정부지법 형사4-1부(이영환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원심은 2018년 2월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때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 전이다.
법원에 따르면 성 소수자인 A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다.
A씨는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게 됐고 대학 입학 후에는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다.
이곳에서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수요시위 등에 참여했다. A씨는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페미니즘을 탐구했다.
결국 2017년 10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018년 2월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으나 A씨는 병역법 제88조에 정한 정당한 사유로 병역을 거부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병역법이 정한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입영을 거부했다"며 "항소심에서는 36개월간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서 대체복무 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회단체 '전쟁없는 세상'은 "특정 종교가 아닌 병역거부자 중 현역 입영대상자로는 첫 무죄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이 형성되고 자리잡고 구현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바라본 것"이라고 밝혔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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