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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충무로에서] 동맹의 가치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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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앤서니 블링컨.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블링컨은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부 장관 내정자로 향후 한미 관계를 재정립할 지휘자다. 바이든 당선인이 그를 발탁한 후 미국 사회에서는 그의 특별한 가족사가 회자되고 있다.

그의 의붓아버지인 새뮤얼 피사(2015년 작고)는 폴란드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10대 청년이었다.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는데 결과적으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당시 끌려간 폴란드 비알리스토크 학교 재학생 900명 중 그가 유일한 생존자였다.

블링컨은 자신의 의붓아버지가 목숨을 부지한 이유로 미군 탱크를 언급했다. 피사가 독일군에 끌려다니며 행군을 하는 과정에서 공중폭격이 일어나자 혼란을 틈타 주변 숲으로 탈출했다는 것. 한참을 은신하던 그의 눈앞에 갑자기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탱크가 나타났다. 당연히 나치의 철십자 문양(Iron Cross)을 한 독일 탱크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에 큰 별 문양이 들어왔다고 한다. 바로 미군 탱크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희망을 본 피사는 탱크 앞으로 뛰쳐나가 무릎을 꿇고 탱크를 향해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를 외쳤다고 한다. 블링컨은 이 탱크가 의붓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인생에서 되살렸다고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지 콘웨이는 최근 이 사연을 한 팟캐스트에서 소개하며 울먹였다. 그는 "지난 4년간 미국이 잃어버린 가치를 이 스토리가 말해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상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돕는 것이 바로 동맹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전쟁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어떤가.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방위비 협상을 전개한 도널드 트럼프의 '비즈니스 거래' 행태를 우리는 힐난했다. 그러나 한국의 군통수권자는 2017년 취임 후 3년 연속 6·25전쟁 기념식에 불참하는 기록을 남겼다. 인권 탄압이 자행되는 홍콩에 한국은 늘 눈을 감았다. 혈맹을 '비즈니스 거래'로 대한 트럼프 행정부와 도덕적 가치보다는 중국·북한 눈치를 더 의식한 문재인정부의 거래적 행태에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문재인정부에 동맹의 가치를 물어왔을 때 국민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답이 나오길 바란다.

[국제부 = 이재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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