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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 추 장관, 폭주 멈추고 검찰총장 대행 고언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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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중대 비위·범죄 없었다”는 말 옳아

법·절차 무시한 징계 철회해 혼란 수습해야

검찰총장 업무를 대행하는 조남관 대검 차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동시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윤 총장 징계 청구, 직무집행정지 처분 철회를 요청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대다수 검사는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 개혁의 꿈은 무산되고, 오히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조 차장은 검찰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검사의 뜻을 대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 99% 이상의 검사가 소속 검찰청 단위로 모여 윤 총장 직무배제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했다. 조 차장은 윤 총장 측근이 아니다. 추 장관과 가까운 검찰 간부로 분류돼 왔다. 추 장관에 의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됐던 그는 윤 총장이 쫓겨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더불어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가 된다. 그런 이가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든 것은 예사롭지 않다.

법무부 과장급 간부들도 추 장관 폭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검사 중 일부는 윤 총장 관련 감찰 기록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성윤 지검장을 비롯한 몇몇 친정부 검찰 간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검사가 추 장관이 벌인 일을 위법·부당하다고 본다는 뜻이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징계 청구, 수사는 법에 정해진 결재권자를 건너뛴 채 이뤄졌다. 엄격히 법을 지켜야 할 곳이 무법천지가 됐다. 감찰과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윤 총장이 아니라 불법을 자행한 추 장관과 그 주변 검사들이다.

절차와 법을 무시한 전횡은 이미 역풍에 휩싸였다. 60%에 가까운 국민이 추 장관이 잘못했다고 본다. 학계와 법조계에서 법치주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추 장관의 비이성적 행태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사안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피했다.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를 공직자에게 주문했는데, 검사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집단이기주의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잘못 꿴 단추를 풀지 않고 그것이 정상적 스타일이라고 아무리 우겨봐야 비웃음만 산다. 저지른 일이 많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집단사고에 매몰된 어리석은 판단이 권력의 불행을 부른다. 역사가 늘 보여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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