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중대 비위·범죄 없었다”는 말 옳아
법·절차 무시한 징계 철회해 혼란 수습해야
조 차장은 검찰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검사의 뜻을 대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 99% 이상의 검사가 소속 검찰청 단위로 모여 윤 총장 직무배제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했다. 조 차장은 윤 총장 측근이 아니다. 추 장관과 가까운 검찰 간부로 분류돼 왔다. 추 장관에 의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됐던 그는 윤 총장이 쫓겨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더불어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가 된다. 그런 이가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든 것은 예사롭지 않다.
법무부 과장급 간부들도 추 장관 폭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검사 중 일부는 윤 총장 관련 감찰 기록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성윤 지검장을 비롯한 몇몇 친정부 검찰 간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검사가 추 장관이 벌인 일을 위법·부당하다고 본다는 뜻이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징계 청구, 수사는 법에 정해진 결재권자를 건너뛴 채 이뤄졌다. 엄격히 법을 지켜야 할 곳이 무법천지가 됐다. 감찰과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윤 총장이 아니라 불법을 자행한 추 장관과 그 주변 검사들이다.
절차와 법을 무시한 전횡은 이미 역풍에 휩싸였다. 60%에 가까운 국민이 추 장관이 잘못했다고 본다. 학계와 법조계에서 법치주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추 장관의 비이성적 행태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사안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피했다.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를 공직자에게 주문했는데, 검사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집단이기주의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잘못 꿴 단추를 풀지 않고 그것이 정상적 스타일이라고 아무리 우겨봐야 비웃음만 산다. 저지른 일이 많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집단사고에 매몰된 어리석은 판단이 권력의 불행을 부른다. 역사가 늘 보여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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