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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분수대] 사랑의 온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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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장혜수 스포츠팀장


싸늘한 대리석 기둥에 모가지를 비틀어 맨 한란계/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한 오척육촌의 허리 가는 수은주/마음은 유리관보다 맑소이다//(…)//영하로 손가락질할 수돌네 방처럼 추운 겨울보다/해바라기가 만발할 팔월교정이 이상 곱소이다/피 끓을 그날이//(…).

시인 윤동주가 1931년 7월에 쓴 시 ‘한란계(寒暖計)’다. 추위보다 더위를, 피 끓을 그날을 기다리는 자신을 한란계에 비유했다. 수은주·유리관·영하 등의 단어에서 떠오르는 그것, 차가움(寒)과 따뜻함(暖)을 세는(計) 그것, 한란계는 온도계의 옛 이름이다.

온도 측정의 역사, 즉 온도계 역사의 시작은 16세기 말부터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온도에 따라 물질의 부피가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유리관 형태의 온도측정기를 만들었다. 그의 친구인 이탈리아 의사 산토리오 산토리오(1561~1636)는 온도측정기에 눈금을 표시한 최초의 온도계를 만들어 체온을 쟀다. 부피가 변하는 물질로 처음에는 기체(공기)를, 이후 액체(알코올·수은)를 사용했다. 수은 온도계는 독일 물리학자 다니엘 파렌하이트(1686~1736)가 1720년 처음 만들었다. 그는 얼음과 물·염화암모늄을 섞어 안정된 상태를 기준(0도) 삼아 얼음이 녹는 점(물이 어는 점, 32도)과 체온(96도)이 정수가 되도록 눈금을 고안했다. 훗날 물이 끓는 점(212도)까지 더해, 어는 점부터 180등분 한 게 화씨온도다. 덴마크 천문학자 안드레스 셀시우스(1701~44)는 1742년 물이 어는 점을 100도, 끓는 점을 0도(훗날 둘을 맞바꿈)로 하는 섭씨온도를 제창했다.

2020년 올해처럼 주변에 온도계가 흔했던 시절이 있었던가. 코로나19로 하루에도 수차례 체온을 잰다.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비접촉식 디지털 체온계 앞을 거쳐 간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나 하나씩 있던 가정용 체온계가 이제는 상비용품이 됐다. 그런 2020년도 이제 한 달 남았다.

매년 오늘(12월 1일)이 되면 우리는 또 하나의 온도계를 만난다. 서울광장 등 전국 곳곳 ‘사랑의 온도계’(정확한 명칭은 ‘사랑의 온도탑’)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 모금 목표액을 100으로 나눠 이를 달성할 때마다 온도를 1도씩 올린다. 바로 오늘 시작한다. 100도를 넘기는, 펄펄 끓는 사랑을 보여줄 때다.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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