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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렇게]김치의 외화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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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로 수출 여건이 어려운데도 한국 김치 수출은 호조다. 지난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849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량은 수입량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김치 수입량이 30만t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년 3000만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김치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저렴한 식자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식당의 70%가 이미 수입 김치에 점령됐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 김치를 맛보기 위해 한국 식당을 찾은 관광객들이 수입 김치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수입 김치의 99.9%는 중국산 김치다. 중국 산둥성 일대에 김치 제조업체 100여곳이 모여 있고, 중국 정부가 수출 물류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산 김치의 3분의 1 가격으로 중국산 김치가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舊冬至)를 대비한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도 김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동국세시기>에는 “가정의 1년 계획으로 봄 장 담그기와 겨울 김장 담그기가 중요하다”는 기록이 있다. 2013년 유네스코는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고유 유산인 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치시장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중국에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리를 넘겨야 하는 때가 오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유현재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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