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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해외여행 막히니... 화장품은 중고로, 결혼식 대신 혼수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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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면세점 대신 중고 앱 이용
캠핑용품도 지난해보다 거래 급증
신혼부부는 유통업계 '큰 손'으로
한국일보

코로나19 장기화로 면세점을 비롯해 마트, 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들은 타격을 입고 있지만 중고거래 시장은 화장품 등으로 거래품목을 늘려가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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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고모(28)씨는 요즘 화장품이 떨어지면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부터 켠다. 최근에는 새 제품 기준 8만원대인 랑콤의 선크림을 3만원에 '득템'했다. 파운데이션도 곧 다 쓸 것 같아서 관련 게시글이 뜨면 자동 알림 설정도 해뒀다.

고씨의 화장품 구매처가 중고 장터로 바뀐 것은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이다. 고씨는 "값 나가는 좋은 화장품은 해외여행을 갈 때 면세점에서 사는데, 올해는 면세점을 갈 수가 없지 않느냐"며 "남이 개봉한 것이긴 하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한 데다, 판매자와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할 수 있어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체 소비시장은 크게 위축됐지만 동시에 호황기를 맞은 업종도 있다. 통상 불황 때 활발해지는 특성에다, 요즘은 해외여행 등 소비가 막힌 곳에 쓰지 않는 돈이 옮겨와 거래품목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는 중고거래 앱이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결혼식 등에서 아낀 돈이 다른 플랫폼이나 물건 구매로 이동하며 이른바 '코로나형 소비' 특수를 보는 업종도 생겨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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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 화장품을 판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당근마켓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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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 1월 480만명이었던 당근마켓 이용자 수는 10월 1,200만명으로 2.5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등록된 게시글 수 역시 440만건에서 1,268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기존에는 디지털·가전, 의류·잡화, 유아용품 등이 중고 마켓의 주류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화장품, 그릇, 건강식품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입자 2,300만명을 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역시 3분기까지 누적 거래규모(약 3조9,000억원)가 지난 한 해(약 3조5,000억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 5조5,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거래액수가 급증한 품목 중 하나는 캠핑용품으로, 1~6월 약 28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지난해 전체 거래규모 약 360억원의 80% 수준이 올해는 상반기에 이뤄졌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해외여행 자제로 중고 캠핑용품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3050세대의 신규 가입이 늘면서 캠핑용품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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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 성장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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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는 최근 가전업계가 주목하는 '큰 손'이다. 코로나19로 결혼식, 신혼여행에 큰 비용을 쓰지 못하게 되자, 대신 혼수에 더 신경을 쓰면서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가 늘고 있어서다. 10월 기준 삼성전자 냉장고, 직화오븐, 식기세척기 판매량 중 프리미엄 라인업인 비스포크 비중이 각각 65%, 70%, 50%까지 올라왔다. 전자랜드 3분기 식기세척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88% 성장했다.

특히 이들 덕에 안마의자 업계에서는 "올해는 연중 성수기"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1위 업체인 바디프랜드는 2분기 1,524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코지마의 9, 10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86% 증가했다.

코지마 관계자는 "보통은 부모님 선물용으로 찾기 때문에 명절 특수를 누리는데, 최근에는 혼수에 큰 돈을 쓰는 '혼수 플렉스(Flex·사치를 과시하는 행동)'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신혼부부가 안마의자를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9, 10월도 가을 웨딩 시즌을 맞아 판매가 좋았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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