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기획 취재] 생태계 교란 어종 ‘배스’ 방치, 이대로는 안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근주 기자(springkj@hanmail.net)]
프레시안

▲지난 11월11일 배스를 잡기 위해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와 동행한 충북 괴산군 칠성댐 현장 ⓒ프레시안(박근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생태계 교란 어종인 북미산 ‘큰 입 배스’(배스) 퇴치 사업이 관련 기관 간 엇박자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하천을 점령한 배스 퇴치를 위해 과감한 예산 투입과 기관 간 협조 체계를 마련해야 토종어류 멸종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댐은 3곳 저수지는 757개 소다.

이 중 시 또는 군에서 관리하는 곳이 575개 소,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곳이 182개 소로 이들 전역에서 배스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와 금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 서식하는 배스 퇴치를 위해 투입된 2020년도 예산은 저수지 지역 7000만 원, 댐 지역 9500만 원이었다.

이 같은 예산으로는 <프레시안>이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와 직접 동행해 찾은 충북 괴산군 칠성댐의 수면만 봐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넓은 유역 면적에 실태 파악 안 해

충북 도내에는 대청댐(유역 면적 4134㎢), 충주댐(유역 면적 6648㎢), 칠성댐(유역 면적 671㎢) 등 3개의 댐이 조성돼 있다. 전체 유역 면적은 1만 1473㎢에 이른다.

여기에 상류 저수지까지 합하면 관리 면적은 더 늘어난다.

이 넓은 면적에 얼마만큼의 배스가 서식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조사된 자료가 없다. 한 번의 용역도 실시한 적이 없다.

공명식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 총괄팀장은 “물속에 들어가면 토종 물고기를 볼 수가 없다”며 “마치 물속이 유령의 도시와 같은 황량함을 느낀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서식지에서 밀집한 배스 무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우려했다.

“우선 제대로 된 배스의 서식 밀도와 토종 물고기 생태 연구에 관심을 두고 퇴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 공명식 총괄팀장이 11월 11일 충북 괴산군 칠성댐에서 배스 퇴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프레시안(박근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천 용도별로 다른 관리 주체

댐은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저수지는 지자체나 농림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를 맡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을 가뒀다 각 지자체나 산업단지에 팔아먹는 일에는 관심이 높지만 댐에 저장된 수질이나 생태 환경에는 관심이 적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를 관리해야 할 금강유역환경청도 제대로 된 배스 서식 밀도 증감 추이에 관한 자료도 없이 예산을 줄여가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19년에는 생태계 교란종 퇴치 예산으로 2억 4000만 원을 편성했으나 올해는 9000여만 원으로 줄였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배스의 개체 수를 줄이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는 아예 예산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수익 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도내에서 182개의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고, 이 가운데 36개소를 민간에 임대해 수익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주지사 담당 10개 소, 진천지사 담당 2개소, 괴산증평지사 담당 5개소, 음성지사 담당 12개소, 충주제천단양지사 담당 7개소 등에서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돈만 벌고 생태계는 그냥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배스의 번식력

배스는 북미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외래 어류이다. 국내에 들어온 뒤 토종 물고기는 물론 뱀이나 황소개구리마저 마구 잡아먹으면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프레시안

▲막 잡아올린 배스의 배를 누르자 방금 먹은 듯한 개구리와 반쯤 소화된 토종 물고기를 토해 냈다.ⓒ프레시안(박근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 팀장은 “배스가 이미 전국 하천 어디서든 발견되고, 물속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라며 “30㎝ 이상 자란 배스는 사실상 우리 하천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 팀장은 “여름에는 물 위에서 헤엄치는 뱀도 배스의 먹잇감”이라며 “배스는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삼키고 부화한 지 3년이 지나면 연간 약 300만 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종 물고기의 10배 이상의 번식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댐과 호수를 왕래하는 배스가 저수지와 호수, 댐에서 산란을 하고 있지만 댐 지역에서만 부분적으로 포획될 뿐 저수지와 호수에서는 퇴치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관심의 사각지대

배스나 블루길은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이들을 발견할 수 없다. 행정 당국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단정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잡기도 힘들다. 그물에는 거의 걸리지 않고, 낚시로 잡는 것도 한두 마리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하천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신철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 회장은 “물속에서 토종 물고기가 사라졌다”며 “배스는 그물이 다가오면 그물을 뚫고 가려 하지 않고, 뛰어넘는 영리함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물속에는 작은 어류와 이를 잡아먹고 사는 중간 크기 물고기, 상위 포식자 등이 골고루 섞여 있어야 하지만 온통 배스 천지”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토종 물고기를 우리 하천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환경부도 배스 퇴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지만 농림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저수지와 호수에서 자란 배스가 댐으로 넘나들고 장마가 지면 다시 하류로 떠내려가 강의 상·하류 전체가 배스의 안방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자체의 관심도 촉구했다.

그는 “생태계 교란 동식물 가운데 ‘가시박’이나 황소개구리 사업은 효과를 금방 확인할 수 있어 예산 투입에 적극적이지만 물속은 확인하기 어려워 예산배정 순위에서 뒤로 밀리거나 방치되는 실정”이라며 “지금은 어느 사업보다도 토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배스 퇴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주 기자(springkj@hanmail.net)]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