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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사참위 "질본, 2011년 독성 예비조사에서 가습기메이트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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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계열' 해당하는 옥시싹싹·와이즐렉·세퓨는 단계별 조사

"질본, CMIT·MIT 성분 확인하고 2개월 지나서야 조사 착수"

"PHMG 등과 같은 1/10배율로 실험 진행, 폐손상 확인 안돼"

"첫단추 잘못 끼워" "실험설계·시행과정 매우 부적정하다 판단"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노컷뉴스

1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전시한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의 '가습기메이트'.(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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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지난 2011년 해당 제품들의 독성을 실험했던 질병관리본부(질본·現 질병관리청)가 주요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대상에서 누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년 전 질본의 가습기메이트 독성시험에 대한 적정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질본은 2011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1차 동물흡입실험' 결과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주성분 제품에서는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고,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가 주 성분인 제품들만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최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PGH·PHMG 등 이른바 'P 계열' 유독물질이 담긴 옥시싹싹과 와이즐렉, 세퓨의 경우 폐손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CMIT·MIT 유독물질이 담긴 '가습기메이트'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힌 셈이다.

하지만 2019년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의 판단은 달랐다. 기술원이 진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역시 폐섬유화 등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참위는 이를 두고 질본이 2011년 당시 진행한 독성 시험에서 가습기메이트를 제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독성 시험은 △투여시험의 적정 투여량을 결정하기 위한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 △독성발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기도 내 투여시험' △공기를 통해 물질을 직접 노출시키는 '흡입독성시험'의 순서로 이뤄진다.

사참위가 조사한 결과 질본은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이 시작됐을 때 가습기메이트의 성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험에서 제외시켰다.

앞서 질본이 2011년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를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추정하고, 역학조사에 착수한 이유가 피해자들과 제품 사용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함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시작부터 꼬였다는 것이 사참위의 분석이다.

더욱이 질본이 2011년 7월 이미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사에 제품의 성분 등 역학조사 기초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현장조사를 통해 이를 실제로 제출받았단 점도 지적됐다.

가습기살균제진상규명국 최성미 조사2과장은 "(성분 파악 후) 두달 늦게 제품(가습기메이트)을 시험에 투입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고 부적정하다 판단한다"라며 "주의의무 위반·업무상과실치사 적용은 공소시효가 지나 어렵지만, 저희에게 수사권이 있다면 (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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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1년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메이트 독성시험'이 부적정했다고 밝혔다. 사참위가 제시한 PPT 화면 일부.(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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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에서 제외됐던 가습기메이트는 2차 기도 내 투여시험에선 추가됐지만 사전에 적정 투여량을 결정하는 예비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P 계열'과 똑같이 '10분의 1'로 희석된 배율로만 실험이 진행됐다.

이에 결과적으로 폐손상 인과관계 확인을 질본이 놓쳤고, CMIT·MIT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는 수년간 지연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판결도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사참위는 지적했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처음부터 질본이 첫단추를 잘못 낀 건지, 안 낀 건지 모르겠다. 전체 피해자의 상당한 숫자를 차지하는 CMIT 계열이 제품 종류도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참위는 이같은 진상조사 이후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박항주 가습기살균제진상규명국장은 "중대과실 공소시효가 남아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중대과실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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