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추 장관이 임명한 외부 위원 전원, 윤 손들어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무부 감찰위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부적절”

7명 중 3명은 “감찰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

‘선 자문 후 감찰’ 규정 임의조항으로 변경해 논란도

[경향신문]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감찰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결론내면서 이번 감찰을 둘러싼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요청에 따라 검사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했다. 다만 검사징계위를 개최해 윤 총장의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윤 총장 징계를 결정하더라도 이번 사태는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찰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15분 동안 비공개 임시회의를 개최한 뒤 “징계 청구 사유 미고지 및 소명 기회 미부여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 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 위주인 감찰위원 7명이 만장일치로 이같이 의결했다. 감찰위원 3명은 “감찰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며 한층 높은 수위의 의견을 냈다. 외부 감찰위원들은 지난 4월 추 장관이 위촉했다.

감찰위는 윤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윤 총장의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40분 동안 진술하며 감찰 조사와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 등이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총장 측은 “징계 혐의 사실도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출석한 법무부의 류혁 감찰관과 하급자인 박은정 감찰담당관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류 감찰관은 감찰 과정 전반에서 배제됐다. 류 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자, 박 담당관은 “추 장관이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맞섰다. 류 감찰관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정말 아플 뿐”이라고 했다. 류 감찰관도 지난 7월 추 장관이 임명한 인사다.

감찰관실에 파견돼 감찰을 진행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판사 개인정보 수집’ 문건 작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보고서 내용을 삭제토록 지시한 것은 박 담당관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의 위법성은 윤 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핵심 쟁점이고, 법무부는 이 문건을 근거로 윤 총장을 대검에 수사의뢰했다. 박 담당관은 “내가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법무부가 지난달 3일 감찰 규정을 개정해 감찰 전에 감찰위에 자문을 구하는 규정을 의무에서 임의 조항으로 변경한 것도 감찰위 회의에서 도마에 올랐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감찰위와 법무부 감찰위 등 자문을 두 번 거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규정을 바꿨다고 밝혔지만, 검찰총장 감찰은 대검 감찰위에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법무부 감찰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법무부가 윤 총장의 감찰을 사실상 개시한 것은 지난 10월28일로, 규정이 개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감찰위의 자문을 거쳐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점도 감찰위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징계 절차를 계속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여러 차례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징계를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징계 절차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찰위의 권고 사항을 충분히 참고하도록 하겠다”며 징계위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법무부는 당초 2일로 예정된 징계위를 4일로 미뤘다. 윤 총장이 감찰위 회의 이후 법무부에 징계위 일정을 연기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징계위에서 법무부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징계기록 열람, 징계청구 결재 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을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게 윤 총장 측의 연기 신청 이유다. 법무부가 여론 추이를 살피기 위해 연기 신청을 수용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징계위의 심의가 4일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 당일 위원 명단을 확인하고 부적절한 위원이 포함됐다고 판단하면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게 해임·면직 등 직위 박탈 결정이 내려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윤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윤 총장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할 수도 있다. 법에 정해진 윤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다.

정희완·이보라·허진무 기자 roses@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