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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영사는 ‘예술의 마지막 단계’… 감동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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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 20주년 함께한 홍성희 영사실장

“20대 청량리 극장서 영사기사로 첫발

10여년 극장 운영하다 씨네큐브 합류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화 작품 시사회

관계자들 음향 시스템 극찬 가장 뿌듯

코로나 빨리 종식돼 관객들 가득차길”

세계일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영사실의 영사창 너머로 보이는 스크린. 사진 왼쪽의 기기는 디지털 영사기다. 씨네큐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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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화 산업, 그중에서도 극장 사업이 붕괴 위기다. CGV와 메가박스에 이어 롯데시네마도 2일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올린다. 롯데시네마는 “극장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며 “향후 2년간 전국 20여개 지점의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충격파는 멀티플렉스보다 소규모 독립예술영화관에 더 가혹하다. 이런 가운데 예술영화전용관 명맥을 잇고 있는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가 2일 20주년을 맞는 건 의미가 작지 않다.

태광그룹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이 극장은 2000년 12월2일 문을 열었다. 2개 관 총 365석 규모다. 2009년 8월까진 영화사 백두대간과 함께 운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1년에 전체 상영작 60% 이상을 독립·예술영화로 인정받은 작품을 상영해야 한다. 2012년엔 연간 26만여명이란 씨네큐브 역대 최다 관객 수 기록을 세웠다.

씨네큐브 20주년을 맞는 홍성희(71) 영사실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씨네큐브 영사 업무를 총괄하는 홍 실장은 꼬박 20년을 씨네큐브와 함께해 왔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그는 “벌써 20년이 흘렀다”며 “20년간 힘든 줄 모르고 일해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며 “사랑하는 일을 지금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곳이 씨네큐브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20대 중반 “영화가 좋아서” 청량리 한 극장에서 영사기사 일을 시작했다. 그 뒤 10여년간은 극장을 운영하다 씨네큐브에 첫 영사기사로 합류했다. 그는 “영사실은 관객들이 영화를 편안히 즐길 수 있게 영상과 음향을 조정하는 일을 한다”면서도 “단순히 영사 기기를 조작하는 것이 영사기사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사가) ‘예술의 마지막 단계’라 생각하고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작자 의도에 최대한 가깝게 작품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영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씁니다. 출근 시간보다 2~3시간 먼저 도착해 상영할 영화들을 꼼꼼하게 검수하고 영상·음향 기기를 점검해요. 영화 상영이 다 끝나면 약 1시간 동안 기기를 점검하고 퇴근하죠.”

관객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보람을 느낀다. 그는 “영사실이 1관 옆에 있다”면서 “영사실에 일부러 찾아와 ‘영화를 잘 상영해 줘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는 관객 분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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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영사실의 홍성희 영사실장 자리. 영사실은 약 17㎡ 규모로 홍 실장과 다른 영사기사 한 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홍 실장은 사진 촬영을 고사했다. 씨네큐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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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뮤지컬 ‘명성황후’ 등 예술의전당의 공연 영상화 작품 시사회가 열렸을 때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당시 예술의전당 음향 관계자들이 씨네큐브 음향 시스템을 극찬했다”며 “지금도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뿌듯했던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에게 극장이란 어떤 곳일까. 그는 “삶”이라면서 “씨네큐브는 영원히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극장이고 나의 일부다”고 답했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19 사태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주말에는 항상 만석에 가까웠던 극장이 많이 비어 있는 모습을 보면 참 걱정이 많기도 합니다.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요즘 같은 시기엔 극장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씨네큐브는 방역 및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될 때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지 않고, (티켓이 발권된 좌석의 앞뒤와 양옆을 비우는) 4중 안전 좌석 다이아몬드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생수 외에 음식물은 상영관 내 반입을 허가한 적도 없고요.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돼 예전처럼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인생 영화로 ‘아무르’(2012)를 꼽았다. 씨네큐브는 “많은 극장들이 점차 영사실을 축소하고 있지만 홍 실장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믿고 영사실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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