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페리 전 美 국방장관 “北 경제발전 원하지만 대가로 핵무기 교환 안 할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스탠퍼드대 화상 컨퍼런스

과거 北과 협상했던 한·미 전문가들 경험 소개

갈루치 "1.5 트랙이 북·미 협상에 도움될 것"

임동원 "정확한 북한 정보가 중요"

1990년대 북·미 협상을 이끌며 소위 '페리 프로세스'(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를 제시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일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협상 목표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 및 협력센터(CISAC)가 화상으로 개최한 ‘북한의 이해-대북협상과 교류경험 공유’라는 국제회의에서다.

중앙일보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2일 스탠퍼드대 국제안보 및 협력센터와 공동 주관으로 화상 국제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미래 협상 대표에게 주는 조언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유도하기를 원한다면 기본적으로 이는 ‘미션 임파서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경제발전을 원하지만 이를 핵무기의 대가로 교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협상해야 하고, 북한의 정상 국가화를 위해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정상 국가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경제 개발에 남한이 중요한 역할을 할 당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남북, 미ㆍ중ㆍ러ㆍ일)에 전반적으로 관여해온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는 “북핵 문제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선 핵 폐기ㆍ후 경제 보상 방식인) 리비아 방식으로는 안 되겠지만 CVID는 실천이 가능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페리 전 장관을 비롯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대니엘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과거 북한과 협상 때 미국 정부 대표를 지낸 인물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협상 경험을 소개하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향후 협상과 관련해 조언했다.

특히 1994년 북·미 기본합의서를 도출할 당시 미국 대표를 지낸 갈루치 특사는 “북한과 25년간 협의해보면서 1.5 트랙(반관반민)으로 협상하면 좀 더 편안하고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 때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1.5 트랙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루치 특사는 “북한은 처음에는 완고한 입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 걸음 물러나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기)를 하는 것이 놀라웠다”며 “북한과 1년 이상 협상을 진행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람들이 언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들은 ‘언더독’(불리한 경쟁자)인 반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받아들이고 유엔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모든 것 뒤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세계의 패권국(미국)과 얘기할 수 있는데 왜 남측과 이야기하느냐고 생각해 남북대화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협상에서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0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에 방문한 경험을 소개했다.

임 전 장관은 당시 “(국내에서 보고된) 김정일 관련 정보는 ‘언행이 럭비공 같아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언어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등 대부분 부정적이었다”면서 “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정확한 정보를 받아오라는 김 전 대통령의 임무를 받고 평양에 특사로 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한 뒤 정상회담에서 합의서를 채택하는 등 성공적인 회담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협상 전략이나 기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정책 결정과 합의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결단만 있으면 협상은 급진전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