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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조폭 지인에 수사 알려주고 300만원 받은 경찰관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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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소속 A경위 뇌물수수혐의로 실형 선고

징계위원회 “경찰 품위 훼손했다”며 파면 결정

A경위 2017년에도 ‘불문경고’ 처분 받아

중앙일보

부산 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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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주고 현금 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부산지방경찰청 간부가 파면됐다. 업무와 관련해 피의자에게 돈을 받아 경찰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파면 사유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8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A경위(48)를 파면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A경위는 징계가 과하다고 소청 심사를 신청했지만, 징계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A경위는 지난 6월 말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집행유예이지만 실형이 선고됐고, 혐의가 알선뇌물수수로 죄질 또한 나쁘다”며 “뇌물수수에 관한 비위는 무조건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파면은 가장 높은 징계로 강제 퇴직 후 평생 공무원이 될 수 없다.

법원이 인정한 혐의를 보면 A경위는 2009년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근무할 당시 조직폭력배 공갈 사건을 수사하다가 행동대원 B씨와 친해졌다. A경위는 B씨와 만나 식사나 술자리를 가지며 친분을 쌓아갔다. 이들은 베트남 관광을 함께 떠날 정도로 친해졌고 B씨가 지인인 C씨를 A경위에게 소개시켜줬다.

그러다 2018년 10월쯤 B씨는 A경위에게 “C씨 친구가 보이스피싱 등에 사용되는 스팸 메시지 발송 업체를 운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며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소속이던 A경위는 23년 경력과 인맥 등을 활용해 수사 중인 일선 경찰서에 연락해 향후 수사 진행 방향, 수사 대응 방법 등을 C씨 측에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여 뒤 A경위는 부산경찰청 지하 주차장에서 C씨 측으로부터 사건수사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해준 대가와 수사 경찰관 식사 경비 등의 명목으로 비닐봉지에 든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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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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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경위는 2017년에도 한차례 징계위원회에 넘겨져 ‘불문 경고’를 받은 바 있다. A경위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D씨(39)가 “필리핀에 가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의 정보를 알아오면 형을 감형해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감경 사유가 된다”며 조직 잠입을 방조했다고 한다.

이후 D씨는 필리핀으로 가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총책 관련 정보를 수집해 A경위에게 전달했다. A경위는 D씨의 정보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수사를 벌여 총책 2명을 지명수배하고 6명을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이 사실을 안 검찰이 “범죄자를 타국 범죄조직에 위장 잠입하게 해 범죄를 저지르고 위험 속에 방치되게 한 건 인권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부산경찰청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불문 경고 조처를 내렸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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