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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바이든 정부는 북한 비핵화 이뤄낼까'…대북 협상가들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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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북핵 문제가 불거진 1990년대 이후 북한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가 2일 공동 주최한 ‘북한의 이해-대북협상과 교류경험 공유’라는 화상 국제콘퍼런스에서다. 다음은 주요 발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북한 비핵화는 ‘미션 임파서블’

“미래의 협상 대표는 북한의 핵무기가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억지 수단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안보 보장 수단을 제공해야 하며, 이는 북한에게 경제적 수단보다 더 중요하다. 평양에 대사관 설치, 한국전쟁 종식 등이다.”

“미래 협상 대표에게 주는 조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기를 원한다면 기본적으로 이는 ‘미션 임파서블’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하는 협상을 성공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했지만, 실패했다.”

“북한은 경제 발전을 원한다. 그러나 핵무기와 교환(trade)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목표는 첫째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주요한 조정(major modera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을 좀더 정상국가로 만들도록 유도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입장에 놓이게 하는 것이다. 핵심은 한국의 역할이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지원과 격려를 받아야 한다.”

“내가 비관론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고, 그 전제에서 출발하는 어떤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고 본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북측과) 접촉을 유지하고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남한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개성공단은 부침은 있었지만 바른 정신(in proper spirit)을 담고 있었다. 남북한이 협력해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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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16년 11월14일 오후 서울 서교동 창비사옥에서 자신의 회고록 <핵 벼랑을 걷다>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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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특사 “CVID 여전히 달성 가능…시간은 오래 걸릴 것”

“6자회담 틀에서 양자 회담은 쉽지 않았다. 북한과 교류하지 말라는 압박도 많이 받았다. 북한은 ‘핵무기는 우리를 보호하고 (미국을) 억지하는 수단이고, 우리에게 안보를 제공한다’면서 파키스탄과 같은 인정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핵보유국 인정은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 핵 보유는 한국, 일본, 대만 등의 핵무장 추구를 유도함으로써 역내 확산으로 이어질 위협이 있어서다.”

“당시에도 북한이 우리를 기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들은 ‘롱 게임’ 전략에 따라 우리가 결국 그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한과 가까이에서 협상해본 경험을 볼 때 그들이 진정으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고 느꼈다. 다만 리비아 식 해법이 아니라 ‘행동 대 행동’ 모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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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이 2019년 5월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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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북한 자발적 핵 포기 않을 것…한국 정부와 공조해 움직여야”

“회동(meeting)이 곧바로 대화(dialogue)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협상에는 시간이 걸리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북한이 협상모드에 있지 않은 상태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 또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규모 및 능력을 고려할 때 만족스러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오바마 시기 우리는 핵동결에서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이동해야 했고, 실제 핵 폐기 과정은 훨씬 멀리 있었다. 압박, 억지, 외교의 세 가지 수단을 각기 다른 비율로 실험했다. 절대적 압박 기조를 택하지 않고, 협상을 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화를 일종의 무기이자 타임킬러, 주의 전환용으로 활용하곤 했고, 우리도 대화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북한이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김씨 왕조를 유지하는 데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서다.”

“바이든 정부는 과거의 오류는 극복하되, 분명하고 합의된 우선순위를 조직해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와 공조해(in tandem) 움직여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본질적인 부분이다. 중국의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 실종은 북한 핵 프로그램 중단이라는 과업에서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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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26일 방한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임성남 외교부 1차관보를 만나기 전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근 기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비핵화와 적대관계 해소 맞바꾸는 단계적 동시병행적 접근 가능”

“북핵 문제가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전제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이 과연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를 추구할 의지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없이는 번영과 발전이 어렵다고 생각하며, 핵무기는 체제보장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이다. 이같은 입장을 잘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30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바이든 정부가 현 상황을 고려해서 업그레이드한 클린턴 정부 시기 페리식 접근방법, 즉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기브 앤 테이크’를 채택한다면 말이다.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개선을 통해 핵이 불필요한 환경을 만들고 평화를 보장해주고, 이것을 비핵화와 맞바꾸는 ‘단계적 동시병행적 접근’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 미국이 결단하면, 적대관계 개선과 핵 문제 해결 병행할 의지 갖고 있다면,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만들 수 있다. 북한도 물론 비핵화 의지 다시 밝히고 외교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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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 임종석 비서실장,임동원 단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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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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