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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국에살며] 코로나 상황 속 외국인노동자 체류연장 방안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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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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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서울 서부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이주여성노동자가 출입국 관리요원에게 붙잡혀 임시보호되고 있다고 해서다. 우리 부부는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여성이주노동자의 소지품을 전달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를 찾은 것이다. 코로나로 출입자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네팔에서도 외국인보호소를 찾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호기심을 갖고 남편을 따라갔다. 직원은 게시판에 적힌 번호를 보여주고 전화를 하라고 했고 전화번호를 인식한 컴퓨터시스템에 의해 출입자 관리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승인을 내려주는 특이한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안내에 따라 외국인노동자 임시수용소인 5층에 도착했다.

카운터를 찾아 방문 목적을 설명한 뒤 절차에 따라 서식을 작성, 신분증을 제시하고 잠시 기다렸다. 직원은 우리가 준 불법체류자 소지품을 받았고 우리는 면회가 가능한 면회실 방 번호를 배정받았다. 잠시 후 우리는 여성이주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투명한 유리창 안에 있었다. 영화에서 보았듯이 구멍 하나 없이 막힌 저 너머에 갇혀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대화를 시도했으나 잘 들리지 않아서 곧 전화기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송수신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관리소 직원이 이주노동자 뒤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10분 후 면회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면회를 마쳐야 했다. 우리는 서로 마음속에 많은 질문을 남겨두고 작별해야 했다. 우리는 면회 접수처에 네팔행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이주노동자에게 전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왔다.

세계일보

먼주구릉 네팔 한국문화센터 대표


외국인 노동자로 입국한 여성은 비자가 만료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불법체류자가 되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네팔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네팔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코로나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이 네팔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그들은 한국에 머물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현실이다.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 E-9 비자로 입국하였으나 일정기간이 지나고 나면 대체 비자를 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시도도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불법체류자가 되어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일을 했으나 고정적으로 일을 하지 못해 돈도 다 떨어졌다. 그러던 중 수원에 있는 쉼터에 잠시 머물다가 서울 대림동에 직업소개소를 찾아 일자리를 알아보고 나오던 중 길거리에서 붙잡힌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에서 많은 외국인노동자가 불법체류자가 된 사례는 늘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코로나로 인해 15개국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입국이 중단되면서 노동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외국인노동자가 비자 만료 후에도 일정 기간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일정 기간만이라도 체류연장을 통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이는 노동자가 필요한 고용주에게도 좋은 일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추운 날씨에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한국을 느낄 기회가 다시 한번 제공되기를 소망해본다.

먼주구릉 네팔 한국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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