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인식은 법치의 방향과 민심을 거스른 판단이다. 그제 윤 총장의 직무 복귀 판정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결정문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에 대해 사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그 핵심은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 행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직무배제 조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감찰권을 남용하고 징계를 강행해 해임이나 면직 조치를 했을 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사법부의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여권은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이 아니라, 윤 총장 징계 해임을 밀어붙이면 그것이 바로 레임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할 경우 법원은 징계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윤 총장 축출에도 실패하는 동시에 그간의 법치 파괴행위가 사법적 판단의 영역에서까지 공인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국의 거의 모든 검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법무차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어제 사표를 냈다. 이른바 ‘추미애 라인’ 간부들까지 등을 돌리고 재야 법조계와 법학계까지 나서 한목소리로 반대했음에도 무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정권을 믿고 따르겠는가.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윤 총장 몰아내기가 검찰개혁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갇혀 버리면 훗날 개혁이 아니라 검찰 장악에 집착했다는 오명을 남길 수 있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정치공학적 인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권력이라 해도 법 정신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법치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무모한 정치 도박을 중단하고 이제라도 결단을 해야 한다. 윤 총장 징계 청구를 철회하고, 법치 파괴의 주무자인 추미애 장관을 경질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지금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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