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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北 '제재 완화' 위한 협상 나설 수도…美 '긍정적 메시지' 발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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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미국 정부 교체기에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긍정적인 메시지 발신이 필요하다고 정부 관계자가 지적했다.

3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부터 (미국 정부 교체) 과도기에 (북한이) 도발로 갈 수 있는 요소들을 줄이고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라며 "미국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북한에) 긍정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후임을 조기에 임명해서 발표한다면, 북한이 봤을 때 '기다리면 되는구나, 관심이 없는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대북 협상 대표를 조기에 결정하는 것이 긍정적 메시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바이든 정부가 선거 당시 정강, 정책을 통해 밝히고 있었던 것이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언급하며 입장을 재확인한다면, 이를 보는 북한에게는 나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인사들이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새 미국 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 북한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신형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10월 10일 공개했으나 실제 실험이 진행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완성을 위한 기술적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테스트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며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이 당국자는 "이전 정부였던 오바마,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을 때와는 달리 현재 북한은 핵 개발 등에 있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본인들이 우월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기조를 설정하기 위해 기술력을 과시하는 형태의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북한 입장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 이는 너무 어리숙한 가설이라 별로 믿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경제적으로는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권력 구조로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며 "자신이 없으면 오히려 움츠러들기 때문에 대화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조금이라도 자신감이 생기면 대화에 나올 가능성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제재와 코로나, 수해 등이 겹쳐서 경제가 힘든 상황인데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기준으로 한 쪽(핵)이 완성됐다고 하면 나머지 한 쪽(경제)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제재 완화밖에는 방법이 없고, 그렇다면 어떤 형식이든 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추론한다"며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만큼 밖으로 나올 유인이 더 크다"고 예측했다.

북한이 경제 문제 때문에 대화에 나오게 될 경우 결국 제재 해제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국의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해 이 당국자는 "2017년부터 미국에 제재 완화 문제를 이야기했다. 미국도 이를 어느 정도 양해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적 요인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이를 이야기하기가 힘든 것이다. 일단 북한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할 때 제기할 생각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대해 이 당국자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이 문제(북핵)가 매우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너무 여러 번 반복해서 당국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예단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미국에 이야기하냐에 따라 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장관 내정자인) 블링컨이나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설리번이 워낙 북핵 문제를 잘 알고 다뤄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할 때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고 과거보다 지금 더 (북핵 문제 해결이) 긴급해졌음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민주당의 경우 인권 문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북한과 협상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인권 문제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어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을 미워하고 악마화할 가능성 있다"며 "저희들이 믿는 것은 민주당의 전문적인 협상가들이 그렇게까지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인권 문제가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이 당국자는 "정부는 미중 양측에 지속적으로,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미중이 협력하지 않으면 진전이 없더라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래서 이 분야만큼은 중립적 이슈로 만들어보자고 계속 설득했다. 미중 사이에서 이같은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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