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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현직 판사 "왜 검찰은 법관 취미를 수집하나…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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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 코트넷에 글

"사적정보들, 공소유지에 어떤 도움주나"

"관행처럼 수집했다면 지금이라도 중단"

내주 법관대표회의 안건 산정 여부 주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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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하나로 거론된 '판사사찰 의혹'에 대해 현직 판사가 "수사와 무관한 판사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며 "관행처럼 수집했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달라"고 비판했다.

판사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회의를 여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다음주 열려 '판사사찰 의혹'이 안건으로 상정될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현직 판사들이 연일 '판사사찰 의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봉수(47·사법연수원31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검사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부장판사는 "최근 대검찰청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 수집 및 보관한 것과 관련해 일부 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정보 수집이 필요하고, 법령상 근거도 있다고 주장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국민의 한 사람, 그리고 판사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이 답하고자 한다"며 "재판장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가능하지만 그 주체는 공판 검사여야 하고, 정보 수집 범위도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의 종교, 가족관계, 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등과 같은 사적인 정보는 공소유지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정보들"이라며 "도대체 이런 사적 정보들이 공소유지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사적 정보를 대검이라는 공공기관이 수집, 보관하는 등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대검은 법령상 의무 준수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일부 검사들이 근거규정이라고 주장한 검찰청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을 살펴봤으나, 공소제기 후 사건이나 수사와 무관한 판사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고양=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월2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1회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5.25.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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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판사는 "누구도 재판을 맡은 판사의 종교, 출신학교, 취미 등이 공개된 정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이를 기초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재판 진행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은 논리와 증거로 판가름 나는 것이지, 판사 개인의 출신학교 등에 의해 결론이 좌우되지 않는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사용할 생각으로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앞으로도 수집하겠다는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판사에 대한 사적인 정보수집은 다른 부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를 수집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지금까지 관행처럼 수집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아가 "이번 논란 이후 우리 사회가 판사에 대한 정보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수집할 수 있는지, 그 활용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제도적 정비까지 이뤄내는 방향으로 전개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7일 온라인으로 하반기 정기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는 '판사사찰 의혹'이 안건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연일 현직 판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 안건 선정 가능성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만약 회의 당일 구성원 9인의 동의가 있다면 법관대표는 '판사사찰 의혹'을 안건으로 선정해 논의할 수 있다. 법관대표들은 현재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앞서 장창국(53·32기)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게시판에 "누구든지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고 시도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이를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 동의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송경근(56·22기)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전날 '코트넷'에 대검찰청이 '판사사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한 감찰부를 상대로 역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독재정권·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든다"며 작심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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