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현직판사 “대검, 판사 개인정보 수집할 근거 없어… 중단해달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봉수 부장판사 “재판장 종교·가족관계 등은 공소유지와 관련 없어” / “재판은 논리와 증거로 판가름나는 것… 출신학교 등 결론 안난다”

세계일보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직판사가 ‘판사사찰’ 의혹을 받는 대검찰청을 향해 “수사와 무관한 판사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며 “관행처럼 수집했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3일 이봉수(47·사법연수원31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검사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부장판사는 “최근 대검찰청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 수집 및 보관한 것과 관련해 일부 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정보 수집이 필요하고, 법령상 근거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저는 국민의 한 사람, 그리고 판사의 한 사람으로서 재판장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가능하지만 그 주체는 공판 검사여야 하고, 정보 수집 범위도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의 종교, 가족관계, 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등과 같은 사적인 정보는 공소유지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정보들”이라고 규정하며 “도대체 이런 사적 정보들이 공소유지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또 “이같은 사적 정보를 대검이라는 공공기관이 수집, 보관하는 등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대검은 법령상 의무 준수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일부 검사들이 근거 규정이라고 주장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을 살펴봤으나, 공소제기 후 사건이나 수사와 무관한 판사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은 논리와 증거로 판가름나는 것이지, 판사 개인의 출신학교 등에 의해 결론이 좌우되지 않는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사용할 생각으로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앞으로도 수집하겠다는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판사에 대한 사적인 정보수집은 다른 부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를 수집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지금까지 관행처럼 수집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달라”며 글을 맺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