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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박은정과 악연 꺼낸 나경원 “9년전 내 남편도 공작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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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나꼼수 거짓 폭로의 발단”

조선일보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나경원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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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가리켜 “2020년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핵심에 있는 정치검찰”이라며 “2011년 나꼼수의 ‘나경원 의원 남편의 기소청탁’ 거짓 폭로 발단을 제공한 검사. 기획되고 의도된 ‘공작’”이었다고 4일 주장했다.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최근 ‘판사 문건’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이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의 핵심 인물이다. 박 담당관은 이 사건 관련 ‘윤 총장 직권남용 성립 안 한다’는 휘하 검사의 보고를 무시하고, 해당 부분을 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직전 ‘기소청탁 의혹’ 제기한 나꼼수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윤석열 찍어내기’ 논란의 중심에 선 박은정 검사와 저의 과거 ‘악연’이 보도된 기사가 있다”며 “2011년 기억과 2020년 오늘의 일이 참 묘하게 겹쳐진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전 의원과 박 담당관 사이 악연은 2011~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 전 의원은 2011년 10월 26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그런데 선거 이틀 전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에 출연한 주진우 당시 시사인 기자는 방송에서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2006년) 검찰 관계자에게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꼼수는 “검찰이 수사를 안 하니까 김재호 판사가 ‘빨리 기소해달라. 그러면 자기가 처리를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나꼼수가 ‘기소 청탁 의혹’을 제기한 사건은 2005년 말 나 전 의원의 보좌관이 경찰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네티즌을 고발한 사건이다. 당시 포털 블로그에 ‘나 전 의원은 친일파, 판사 시절 (친일파) 이완용 후손의 땅 찾아주기에 앞장섰다’는 글을 올린 네티즌이 고발 대상이었다. 이후 2006년 4월 재판에 넘겨져 그해 11월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주 기자는 “이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1, 2심 (판사는) 김재호의 동료들이었다”고 재차 의혹을 제기했다.

선거를 직전에 두고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나 전 의원 측은 주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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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민주통합당 김용민(가운데) 서울노원갑 후보를 돕기 위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나꼼수 번개모임'에 모인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왼쪽), 주진우씨/연합뉴스


당시 나 전 의원과 나꼼수는 ‘나 전 의원 1억원 피부과’ 논란으로도 충돌했다. 나꼼수는 선거를 앞두고 “나 전 의원이 연회비 1억원 피부과를 다녔다”, “코 성형수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나 전 의원의 고소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이후 주 기자 등은 2012년 1월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나 전 의원과 김 판사, 선거캠프 관계자를 맞고소했다.

그런데 2012년 1월 경찰은 ‘연회비 1억원 피부과’는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조사 결과 나 전 의원은 9개월간 피부과에서 총 550만원을 지불했는데 절반은 딸의 치료비, 나머지 절반은 나 전 의원의 치료비였다. 코 성형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주 기자 등에 대한 처벌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꼼수가 허위사실 유포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다.

◇나꼼수 코너 몰리자 박은정 검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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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1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정법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열리면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출석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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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다음 달인 2월 28일 나꼼수는 갑자기 방송에서 “인천지검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검찰이)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구속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검찰 공안수사팀에 ‘나 전 의원의 남편인 판사로부터 청탁을 받았다’고 양심선언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나꼼수는 “방송을 듣는 여러분이 이 검사의 이름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줘야 이분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 박은정 검사의 이름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나꼼수 방송에 의해 ‘기소 청탁’ 의혹을 주장한 당사자로 지목된 박 검사는 이후 휴대전화 전원을 끊고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직전 나꼼수에 기소청탁 의혹을 알린 인물도 박 검사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박 검사는 이틀 뒤인 3월 2일 검찰 내부망에 “저는 오늘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사의 표명 글을 올렸다.

당시는 이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의 수사 지휘를 받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나 전 의원과 김 판사는 각각 경찰에 출석해 “기소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 네티즌이 글을 빨리 내리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 “당시 김 판사는 2005년 당시 기소시점부터 재판 진행되는 과정에 쭉 미국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기소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경찰에 서면으로 진술서를 제출했다.

◇검찰 조사 피해 휴가 쓴 박은정

이후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은 박 검사와 김 판사, 두 사람 대질 조사를 진행하려 했다. 나 전 의원은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는 ‘진실게임’ 양상. 당연히 대질 조사가 불가피했다”며 “기꺼이 응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검사가 수사팀의 조사에 ‘불응’하고 휴가를 내는 바람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 한 검사가 박 검사가 근무하는 부천지청까지 찾아갔으나 갑자기 휴가를 냈고, 당시 이 내용을 보고받은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이런 게 무슨 검사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나 전 의원도 “박 검사는 끝내 진실규명을 회피했다”, “2012년 총선 다음날 서울중앙지검에서 박 검사를 조사하기 위해 박 검사가 근무하는 부천지청으로 출발했으나 박 검사가 돌연 휴가를 내고 잠적해버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감찰받았던 박은정 秋 취임 후 감찰담당관으로

이후 박 검사는 사표가 반려돼 검찰에 복귀했고, 나꼼수에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 관련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받았으나 별도 징계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소청탁 의혹’ 관련 나꼼수와 나 전 의원이 서로 맞고소한 사건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수사팀은 ‘통화 사실은 인정되지만, 해당 통화를 어떻게 볼지 양쪽의 견해차’라고 판단했다.

이후 여성아동범죄 전문 검사로 근무를 계속 해온 박 검사는 추 장관 취임 다음 달이었던 지난 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임명됐다. 감찰 근무 경험이 전무(全無)한 박 검사의 감찰담당관 발탁을 두고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꼼수의 거짓 폭로와 그 발단을 제공한 박은정 검사. 기획되고 의도된 ‘공작’의 느낌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다”며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저를 힘들게 했던 정치검찰 박은정. 그리고 2020년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핵심에 있는 정치검찰 박은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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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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