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정치공방으로까지 번진 한국사 20번 문제… "물수능이 일으킨 해프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20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한국사 영역 20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의의를 짚은 문제가, 높은 배점임에도 지나치게 쉽게 출제돼서다.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빗댄 ‘정부 맞춤형 문제’라는 정치적 비난까지 나왔지만, 정작 입시전문가들은 '해프닝' 정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한국사 20번 문제는 지문으로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기린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92년 1월 연두 기자회견 담화문을 제시하고, 해당 정부의 정책을 고르라는 것이다. 정답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는 5번이다.

그런데 '당백전을 발행하였다' 등 5지선다 객관식 문제에서 제시된 다른 대답들은 너무 시대가 맞지 않은 예전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다. 1번부터 4번까지는 현대 이전, 5번만 현대 시기 이야기라는 게 너무 티나 보였다.

한국사 20번 문제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치적 문제가 됐다. 윤 의원의 SNS에는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라는 강압”이라는 등 문제 자체를 비판하는 댓글 수백개가 달렸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괜한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일단 한국사 20번 문제의 지문 자체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담화문이다. 현 정부와는 무관한, 30년 이전의 일이다. 거기다 한국사 과목은 상대평가에서 절대 평가로 바뀌면서 문제가 전반적으로 쉬워졌다. 한국사는 50점 만점에 4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데, 그 비율이 지지난해엔 36.52%, 지난해엔 20.32%에 달했다. 거기다 통일 관련 문제는 늘 1개 정도씩 출제됐다. 대성학원의 한 관계자는 “매년 수능 한국사에서 나온 유형”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승렬 종로학원하늘교육 콘텐츠 총괄이사도 “한국사 20번 문항 같은 유형은 지난해 수능에서 3개, 6월 모의평가에서는 9개가 출제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한국사에 대한 기본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중요한 내용을 쉽게 출제하는 게 원칙"이며 “개별 문항의 출제의도 등에 대한 출제위원의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