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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국면전환용 4개 부처 개각, 이 정도로 민심 수습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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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교체, 추미애 유임

‘국정기조 변경 불가’에 방점

野 “정신 못차린 ‘오기 개각’”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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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4개 부처를 대상으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여성가족부 장관에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를 내정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 각각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발탁했다. 규모와 내용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 경제·외교 등의 난맥상을 바로잡고, 집권 말기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중폭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소폭·땜질 개각에 그쳤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기존 국정운영 기조를 밀고 가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실정에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등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말실수로 교체 요구가 빗발쳤다. 청와대는 “새로운 정책변화에 대한 수요가 있고, 맡은바 소임을 다했다”고 강변했지만 사실상 경질로 보인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여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추문으로 실시되는 내년 보궐선거에 대해 “성 인지성 집단학습 기회”라는 등 설화를 일으켜 문책성 교체가 불가피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 퇴진은 의외다. 후임자로 내정된 전해철 의원은 참여정부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문 대통령의 원조 측근 3인방을 뜻하는 ‘3철’로 불리는 친문계 핵심이다. 보은 인사 성격이 짙다.

무리한 감찰과 징계위 회부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는 추미애 법무장관은 일단 유임됐다. 검찰개혁 의지의 후퇴로 비치는 걸 꺼린 측면이 크지만, 추 장관의 정치적 행보는 임계점을 넘은 지 오래다. ‘유체이탈 화법’ ‘전세난민’ 등의 신조어를 낳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외교정책 혼선을 빚어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개각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한 40% 콘크리트 지지율이 잇달아 무너지고 여당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39%에 그쳤다. 현 정부 입장에서는 국면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개각을 서두른 것은 이런 난국을 돌파하려는 목적으로 보이지만 실효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신 못 차린 ‘오기 개각’이자 국정쇄신 요구를 못 듣는 ‘사오정 개각’”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될지 여부는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달려 있다. 국정수행 과정에서 성과를 내기는커녕 혼란과 갈등으로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장관은 과감히 내치는 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이번 개각으로는 성난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 각종 악법 추진 등의 폐해를 바로잡고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더더욱 기대난망이다. 내년 초 2차 개각이 예고된 상황이다. 국정쇄신을 위해서라도 민심을 반영한 개각에 나서야 한다. 정략적인 개각을 되풀이한다면 집권 말기 레임덕만 가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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