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덕수궁 돌담 버즘나무의 위기', 가로수 제거해야 경관이 개선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덕수궁 돌담 옆에서 50년 넘게 시민들의 옆을 지켜온 버즘나무들이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개선에 맞춰 새로 조경을 진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 들은 시민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도시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기능까지 갖춘 버즘나무를 제거하는 사업을 중지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를 거쳐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이하 녹색위) 위원들은 지난 4일 서울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덕수궁 옆 버즘나무 가로수 제거 중지 및 시민공론화 요청’ 의견서를 서울시에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의견서에는 녹색위 생태분과 오충현 위원장(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을 포함해 모두 49명의 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동의했다.

녹색위 위원들은 의견서에서 “최근 덕수궁 옆 버즘나무 가로수를 문화재 경관 및 광화문광장 개선에 맞추어 제거후 새로 조경을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이 추진중이라고 하는 소식을 들었다”며 “덕수궁 옆 버즘나무는 덕수궁의 미관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오랜 세월 시민들과 함께 해왔고 시민들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덕수궁 옆 버즘나무를 제거하는 작업을 실시하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항의로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서울시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버즘나무를 없앨 것을 결정하고, 다시 제거 작업 실시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 중인 ‘가로수 가지치기 피해 시민제보 그룹(이하 시민제보 그룹)’이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등의 과거 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덕수궁 돌담 옆에 있는 버즘나무들은 1982년 식재한 15년생 버즘나무들로 추정된다. 38년 전 15년생이었으니 현재 수령은 50년을 넘어선 것이다.

경향신문

서울 돈화문로의 기존 모습. 서울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버즘나무를 모두 베어낸 뒤의 돈화문로 모습. 서울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는 경관 개선, 보행환경 개선 등을 명목으로 지자체들이 오래된 가로수를 베어내고, 주민들이나 환경단체 등이 항의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돈화문길을 따라 늘어서있던 버즘나무들이 돈화문을 가린다는 이유로 제거된 바 있다. 대전, 청주, 제천 등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경관과 보행환경 개선의 수혜자가 되어야할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행정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고,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녹색위 위원들은 의견서에서 덕수궁 옆 버즘나무 제거에 반대하는 이유로 버즘나무가 시민들에게 제공해온 효과들에 대해 설명했다. 가치에 대해 “더운 여름에는 시청 부근에서 그늘을 줄 수 있는 나무가 이 나무들 밖에 없어 시민들에게 휴식장소를 제공해 주고 있다”며 “또한 도시열섬 저감에도 효과가 큰 나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여름철 온도 측정결과 시청앞 잔디밭에 비해 온도를 10도 이상 감소시켜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를 근거로 작은 나무나 초화류보다 버즘나무와 같은 키가 큰 나무를 심는 것이 도시열섬저감에 효과가 크다는 것을 발표한 바도 있다”고 소개했다.

녹색위 위원들은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탄소흡수 등의 역할을 고려하면 큰 나무의 효용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덕수궁 옆 버즘나무 가로수를 미관이나 경관 개선을 위해 제거하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서울시에서 탄소저감을 위해 나무심기 운동을 적극 진행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와같은 사업의 추진은 시민과 여론의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녹색위 위원들은 “가로수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늙거나 노쇠하여 쓰러질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능한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따라서 덕수궁 옆 버즘나무 가로수 제거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 나무들은 서울의 기후환경을 40년 이상 지켜온 50살이 넘은 고마운 나무들이며, 앞으로도 충분히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나무들”이라고 설명했다. 녹색위 위원들은 “한번 제거한 나무는 되살릴 수 없다”며 “이에 12기 녹색서울시민원위원회 위원 일동은 덕수궁 버즘나무 가로수 제거 추진을 우선 중지하고,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면 시민들의 숙의와 공론화를 거쳐 진행해주실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으로 의견서를 마무리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서울의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환경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서울시민·전문가·기업·환경단체 등이 함께 시정에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기구다. 1995년 11월 발족한 이후 기후변화·에너지, 환경교육, 생태계 보전과 녹지이용, 자원순환, 환경보건 등 관련 정책의 자문·심의를 해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