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 땐 임기 논란 피할 수 있어
6개월 정직 땐 사실상 해임 효과
원전 등 정권 겨냥 수사도 타격
야당 “각본 정해 놓고 징계하나”
윤 측 “위법 징계위 결과 무효”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5일 윤 총장에 대한 2차 징계위를 앞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징계 수위가 정직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에 대한 징계의 종류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으로 규정돼 있다. 정직 처분은 1~6개월까지 가능한데 윤 총장의 경우 2~3개월 정도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징계위원 개인별 ‘예상 형량’에 대한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징계위원장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직 6개월’ 의견을,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직 2~3개월’ 의견을 낼 것으로 점쳐진다.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회의에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운 뒤 ‘기권’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다.
징계 여부는 징계위 참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4명이 참석하는 이번 징계위의 경우 3명 이상이 징계에 찬성해야 한다. 수위는 의결정족수, 즉 이번 사안의 경우 3명이 낸 의견 중 가장 낮은 수위의 것으로 결정된다. 만일 3명이 징계에 찬성한다고 가정하고 이 중 1명이 해임, 1명이 면직, 1명이 정직 의견을 냈다면 정직으로 수위가 결정된다.
한 검찰 간부는 “정직 2~3개월로 의결될 가능성이 있다. 징계위 구성과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이라 정직으로 결정하되 개월 수는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정직설이 빠르게 돌고 있다.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정직 3개월의 결론이 정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정해진 각본과 배역에 맞춰 어떤 징계위원은 해임을, 어떤 징계위원은 정직 6개월의 대사를 읊다가 결국 정직 3개월로 낙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저보고 하라면 해임 처분을 하고 싶지만 여러 상황을 볼 때 정직 처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만일 2~3개월이라도 윤 총장이 정직된다면 당장 월성 원전 사건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윤 총장이 수사 지휘를 할 수 없게 되면 수사의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어서다. 2~3개월 뒤 윤 총장이 복귀한다고 해도 흐름이 끊겨버린 수사를 재개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정직 기간이 가장 긴 6개월로 결정되면 파장이 더 커진다.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해임이나 마찬가지라서다.
여권 입장에서도 해임보다 정직 처분의 리스크가 더 작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임 의결 시 “임기가 법으로 정해진 데다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도록 돼 있는 검찰총장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정직을 의결할 경우 해임 의결보다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관측도 있다. 윤 총장 측은 징계 수위와 관계없이 의결이 나오는 대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 및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해임 처분이 내려질 경우 법원은 징계 대상자의 생존권 문제라고 판단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 법무부는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의 효력 정지 결정을 받는 굴욕을 맛봤다.
또 정직으로 윤 총장의 손발을 묶은 뒤 정계 진출은 소위 ‘윤석열 대선 출마 금지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현직 검사·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 사직하도록 하는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대표는 다른 법조인을 예로 들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한 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 측은 15일 징계위에서도 징계위 구성 등의 위법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할 방침이다. 윤 총장 측은 “정한중 교수의 징계위원장 직무대행 선임 과정, 징계위 위원 선임 절차 등이 모두 위법해 징계위 결과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 측은 특히 정 교수가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청구 이후에 추 장관에 의해 새로 위촉됐다는 사실을 강도 높게 지적하면서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징계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 측이 지난 10일 1차 징계위에서 “심의 전 과정을 녹음·녹취해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향후 소송을 염두에 둔 자료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의 녹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속기사를 통해 전 과정을 녹취(錄取)하기로 했다.
◆“조국 멸문지화 고통에 공수처 통과”=이광철(49)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3일 페이스북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의 국회 통과를 두고 “여기에 이르기까지 곡절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많은 분들의 고통과 희생이 뒤따랐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滅門之禍)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 둔다”고 썼다. 자신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로부터 피의자 조사를 받아왔다.
정유진·김민상·나운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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