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로 영업을 종료한 FILA 이태원 메가샵./사진=이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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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에서도 손에 꼽히던 이태원 상권이 몰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여파로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명 브랜드 매장까지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이태원 상인회에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연말 특수를 노리고 등불축제 등을 기획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전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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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브랜드, 이태원 상권서 줄줄이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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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녹사평역 인근 FILA(휠라) 이태원 메가샵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입구에는 14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매장은 휠라가 지난 2007년 명동점 폐점 이후 9년 만인 2016년에 문을 연 서울 지역 대형 매장이었다. 학생 및 젊은층에게 큰 인기가 있는 휠라지만 쇠락한 이태원 상권에서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렸다.
코로나19를 견디지 못하고 영업을 종료한 이태원 아디다스 매장./사진=이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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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걸음 옮기자 아디다스 매장이 나타났다. 매장 안은 재고를 담은 박스로 가득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도 이태원 2개 매장 중 1개만 남기고 최근 간판을 뗐다. 이태원역 바로 앞 역세권에 위치했던 언더아머 직영점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얼마 전 폐업했다. 서울에 3개밖에 없는 직영점 중 하나였지만 비싼 임대료를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이태원역을 지나자 3층 규모의 빌리엔젤케이크 매장이 보였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매장 입구엔 '임대문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맞은편 2층짜리 스타벅스는 문닫은지 오래였고 조금 지나서 나타난 텅 빈 벤츠 매장 건물에는 '한남동으로 이전'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이태원 상권의 몰락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유동인구가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분석이다. 이태원 상권의 핵심은 카페와 맛집이었는데, 카페는 매장 영업이 멈췄고 식당도 저녁 영업시간에 제한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유동인구가 사라진 상황에서 대형 로드 숍(road shop)들은 비싼 임대료를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녹사평역 인근의 한 상인은 "자영업자들이 아무리 힘들어해도 임대료는 그대로"라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작은 가게들이야 어떻게든 버텨 보겠지만 유명 브랜드의 대형 매장들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영업중이지만 임대문의 현수막이 내걸린 이태원 빌리엔젤케이크 매장./사진=이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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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영업자만 희생하냐"...임대료도 멈춰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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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상인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이유로 코로나19 시국에도 여전히 값비싼 임대료를 꼽았다. 이태원역 인근 골목에서 식당을 하는 A씨는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려면 비싼 임대료를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까진 여차저차 장사를 해서 버텼다지만 정부 차원에서 방역을 이유로 영업을 제한해버리니 다들 더이상 버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더아머 직영점은 서울에 3군데 밖에 없었다. 그 중 하나였던 이태원점은 얼마 전 문을 닫았다./사진=이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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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태원의 경우 임대료 문제가 워낙 심각해 올해 초 일부 건물주들이 착한 건물주 운동의 일환으로 임대료를 유지하거나 내린 적은 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면서 "대부분 건물주들이 공실 걱정 없이 (기존 상인이)나가면 다른 사람 받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영업을 제한하는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방역으로 인한 고통을 왜 자영업자들만 분담하냐는 것이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합금지 기간 동안에는 대출원리금과 임대료도 같이 멈춰야 한다는 취지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들만 총알받이가 되냐"며 "집합금지로 영업도 못하는데 임대료와 전기세, 가스비 등 기타 공과금을 전부 납부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유일 단독 매장이었던 허쉘 이태원점이 문을 닫았다./사진=이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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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자영업자만 책임을 다 지는 상황은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집합금지가 되면 대출원리금과 임대료도 그 기간이 정지돼야 하며 공과금 등 세금도 사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오후 이 청원에는 14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집합제한 및 금지가 내려진 업종에 대해 임대료를 제한하는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했다. 임대료 멈춤법은 집합금지, 집합제한 조치가 취해졌을 경우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차임 등을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집합제한 업종의 경우 차임 등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정현 기자 gor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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