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교수, KDI 컨퍼런스 기조연설
“전국민 기본소득, 재정 부담 굉장히 클 것”
“K방역 뛰어났지만 부동산·증시 주시해야”
“소득격차 해소·양성평등·탄소중립 장기과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제 컨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여해 기조연설을 했다. 삭스 교수는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가운데)이 기본소득 관련한 입장을 묻자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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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스 교수는 15일 한국판 뉴딜 국제 컨퍼런스(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 KDI 국제정책대학원 주관) 온라인 기조연설을 통해 “보편적 기본소득에 강력하게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다”며 “(도입 주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설득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성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상시적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연간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다.
삭스 교수도 “전반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소득 지원을 하는 게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이것 외에 다른 우선적인 과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가 있거나 실업자·빈곤층에는 당연히 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하고 보수를 받는 게 맞다”며 전 국민 기본소득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삭스 교수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관련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통제 불능이었는데, 한국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대응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단기적 과제로 부동산·주식시장 관리를 당부했다.
삭스 교수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면서 식량·주택가격 등에서 물가 상승이 많이 일어난다”며 “방역이 성공 못하면 이같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디지털 기업들의 주식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약간의 주식시장 버블(거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달 국회에서 “주식시장에서 여러 가지 불안정한 버블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증시 버블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삭스 교수는 한국의 중장기 과제로 △소득 불평등 개선 △양성평등 △그린뉴딜 및 탄소중립을 꼽았다. 특히 그는 “바이든이 내달 20일 취임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관건이다. 2050년까지 한국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찾아볼 수 없는데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아시아가 코로나를 종식시키고 역내 무역을 재개하는 최초의 지역이 될 것”이라며 “중국, 일본 등과 다자무역을 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한국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삭스 교수는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이 ‘탄소중립 과정에서 남북 간 전력 분야 경제협력을 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하자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며 “탄소중립 과정에서 한국, 중국, 일본, 북한이 에너지 투자 분야에서 함께 하는 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제프리 삭스 교수=빈곤 종말과 경제성장 촉진, 기아 및 질병 퇴치,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진보 성향 지식인이다. 1976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석·박사를 거쳐 1983년에 28세의 나이로 최연소 정교수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 타임지가 꼽은 ‘50명의 젊은 경제학자’에 포함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빈곤의 종말’, ‘세계 경제의 거시경제학’ 등이 있다.
※탄소중립=화석연료 등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상태(넷-제로, Net-zero)를 뜻한다. 우리 정부는 석탄·경유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을 확대하는 등 탈석탄·탈석유·탈원전 정책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에 따라 ‘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연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2050년까지 저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로드맵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한·중·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이 참여했다. RCEP 참가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약 26조2000억달러로 전세계 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들 15개국은 2020년 11월15일 제4차 RCEP정상회의에서 협정문에 최종 서명했다. 각국의 국회 비준 등 후속 절차가 완료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협정이 발효된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956조원(GDP 대비 47.3%)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이하 본예산 기준)’ 중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2년 1070조3000억원(50.9%)으로 급증한다. 2022년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2000억원)보다 5년 새 410조원 넘게 급증한 규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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