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적극적 개입 여지 적어져
원화강세 기조 거스르기도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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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이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아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나설 경우 향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최악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내고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관찰대상국 대상으로 유지했다. 인도, 대만, 태국이 새롭게 관찰대상국에 추가됐다. 관찰대상국들은 환율 조작 여부에 대해 미국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다. 스위스와 베트남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최근 1년을 기준으로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초과 ▲외환시장 달러화 순매수 비중 GDP 대비 2% 초과 등이다. 관찰대상국은 미국 재무부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0억달러,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3.5%를 보였다. 올해 6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미국 재무부가 분석한 수치다. 한국은 앞선 두 가지 요건에 걸려 관찰대상국을 유지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관찰대상국으로 유지된 것은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최근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외환당국이 이에 대응할 여지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사들이게 되면 미국 재무부의 눈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나 구두개입은 가능하지만, 이런 수단은 원화강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외환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상 원화 강세 기조는 수출기업들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헤지나 해외현지법인을 통한 생산이 여의치 않은 중소 수출기업들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 약세가 기조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원화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90.15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3월 말 달러 부족현상이 나타나며 102.8을 넘기도 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속적인 돈풀기로 달러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는 만큼 달러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04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46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3.25원에 거래되며 1100원을 밑돌고 있다.
세계적인 기조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인 만큼 외환당국이 대응하기 힘든 기조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원화가치 강세는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호조 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라며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당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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