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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코로나 돈 풀기에 비트코인 2만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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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넘치자 법정통화 가치 하락

총량 고정 비트코인 올해 200% 뛰어

“변동성 극심” 위험성 경고 목소리도


한겨레

비트코인과 미 달러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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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만달러 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 집계에 따르면 한국시간 17일 오후 6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 최고치는 2만2981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저점(7179달러) 대비 220% 오른 가격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2497만원까지 올랐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7년에도 이같은 급격한 가격상승을 보인 바 있다. 대안적 탈중앙화 화폐에 대한 기대감과 암호화폐공개(ICO)라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 참여와 보상이라는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막연한 환상 등이 개인 투자자들의 욕망을 자극한 결과였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없었다. 환상이 걷히자 가치는 추락했다. 2017년 말 1만9000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9년 4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올해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각국 정부가 ‘돈 풀기’로 대응하면서 시작됐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법정통화의 가치가 떨어지자 반대 급부로 총량이 고정되어 있는 비트코인과 금 등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개인 투자자 위주이던 암호화폐 시장에 기관투자자들이 급증한 이유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4월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구겐하임펀드신탁은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대 5억3000만달러까지 비트코인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비트코인 간접투자 상품으로 취급되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신탁(GBTC)에는 올해 초부터 9월까지 7억1930만달러(7790억원)에 달하는 돈이 몰렸다. 그레이스케일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3분기 신규 투자의 84%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회사 보유 현금으로 지난 8월부터 총 4억7500만달러(5151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달러를 보유하는 것보다 비트코인이 낫다는 이유였다. 2350억달러 규모의 보험을 운용하는 미국의 생명보험사 매스뮤추얼은 지난 10일 1억달러(1086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디지털 경제에 투자한다는 명목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사들일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뛰어난 ‘디지털 골드'라는 서사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설립자는 지난 5월 시장전망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의 비트코인은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1976년의 금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중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금 수요가 크게 늘며 금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세일러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금이 말이나 마차라면 비트코인은 암호화 기술이 접목된 초광속 이동수단(warp drive)”이라며 “현대 사회의 대규모 통화 거래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말과 당나귀, 노새가 경제를 이끄는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금융사 가운데 한 곳인 피델리티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5%는 비트코인으로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 가격은 지난 11월9일께부터 11월30일까지 10% 가량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3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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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서도 기관투자자들은 과감한 숫자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인 씨티은행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보고서가 지난달 유출됐는데, 이 보고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12월까지 개당 31만8000달러(약 3억60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3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 스콧 미너드는 지난 16일 <블룸버그방송>에 출연해 “펀더멘털 분석 상 비트코인의 가치는 개당 40만 달러(약 4억4000만원)”라며 “구겐하임은 1만 달러 부근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하다. 지난달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과 여타 암호화폐가 가진 3가지 중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지급결제 수단으로 받아주는 곳이 부족하다는 점, 지나친 가격 변동성,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언급됐다. 달리오의 부정적인 시각은 한 달 만에 상당히 누그러졌다. 이달 초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진행된 공개 질의응답에서 달리오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10년에 걸쳐 자리를 잡았다며 “금과 유사한 대체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지만, 금과 비트코인을 비교하자면 자신은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기를 원할 자산(즉 금)을 “강력히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 역시 17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며 “암호화폐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익숙한 어느 금융상품보다도 변동성이 심하고,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든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는 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완화적인 지금의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수의 위원들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2023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김동환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heandie@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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