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원회 심의·의결 요지 보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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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징계의 근거로 삼은 4가지 징계 사유 대부분을 검찰 내부 규정이나 강령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공개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요지’에 따르면 징계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사유로 든 8가지 혐의 중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 지시 ▲채널A 사건 감찰방해 ▲채널A 사건 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손상 이렇게 4가지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
반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에 관한 협조의무 위반 등 감찰불응 2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징계사유는 있으나 징계사유로 삼지 않기로’ 하는 불문(不問) 결정을,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방해 등 2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실정법 위반으로 판단한 ‘판사 문건’도 과태료 사안… 처벌 조항 적시 못해징계위는 이들 징계 사유 중 윤 총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를 지시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1항, 제17조 2항에 위반되고,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 제13조의3 2호에 위반된다고 봤다.
‘전교조판사’, ‘학생운동 지지 좌익 판사’ 등 법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재판부에게 불리한 여론구조를 형성하면서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거나 조롱해 우스갯거리로 만들 때 활용할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작성·배포됐다고 본 것.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범위를 제한한 개인정보법 제15조 1항을 위반한 경우 같은 법 제75조 1항 1호에 따라,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할 사항들을 정한 법 제17조 2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법 제75조 2항 1호에 따라 각각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법은 정하고 있다.
징계위는 ‘채널A 사건 감찰방해’에 대해서는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 제5조,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 제4조를 위반했다고 적시한 반면, ‘채널A 사건 수사방해’에 대해서는 별다른 법 위반이나 규정 위반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징계위는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 지시와 관련 “징계혐의자가 대검 간부들에게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라며 법적 판단을 회피하거나, ‘채널A 사건 감찰방해’와 관련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식의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마지막으로 징계위는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손상’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 제7조 2항이 언급된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했을 뿐 명확한 위반 법조항이나 규정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정치적 중립에 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불문·무혐의’ 결론 난 사안들도 징계 청구 때는 엄청난 위법행위인 것처럼 강조했는데…한편 징계위가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나머지 혐의들에 대한 판단을 살펴보면 추 장관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중요한 법위반이 있다고 보고 수사나 감찰을 지시하고 징계 청구 사유로 삼은 사안들이었지만 정작 실체가 없는 사유들도 상당수 확인됐다.
징계위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에 대해 “교류한 것 자체는 인정되지만 만나게 된 경위와 목적,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당시 관련 사건은 수사가 종결되어 변론종결만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었으며, 다른 형사사건과의 관련성 등도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징계권한은 자제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감찰에 관한 협조의무 위반 등 감찰 불응’에 대해서는 “감찰과정에서 비롯된 이 부분 징계청구사유를 비위사실로 인정하고 이 부분을 포함한 비위사실에 기초하여 징계양정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이 사건 징계청구의 본질적 의미를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며 윤 총장이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한 사실이나 방문조사를 사실상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불문에 붙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해당 사유는 징계 사유로 삼기 부적절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나아가 감찰조사 일정협의에 불응한 것이나 시설제공 협조 요청에 불응한 것에 대해서는 “징계혐의자(윤 총장)가 방문조사 일정 협의 등이 감찰을 위한 진상조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였다거나, 시설제공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응하겠다는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시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징계기록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이밖에도 징계위는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윤 총장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감찰 착수사실을 문자메시지로 받은 뒤 그 사실을 언론에 알려 기사가 보도되게 했다는 것이나 징계혐의자가 직접 위와 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또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방해’에 대해서는 “윤 총장이 사건을 인권부로 재배당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내려보내라고 지시한 것이 적절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명백히 위법한 지시라고 볼 수 없는 점, 사본으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이첩된 결과가 초래됐지만 윤 총장이 처음부터 이를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법령을 준수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곤란하다”며 역시 무혐의 종결했다.
징계위 “해임할 정도 중한 사안이지만 검찰총장 고려했다” vs “사실확인이나 법리검토도 안 했냐” 비난 목소리징계위는 ‘정직 2개월’을 의결한 징계양정에 대해 “징계혐의자의 비위사실은 징계양정 기준상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나, 이 사건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로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고, 이 점에서 많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징계위 심의·의결 요지 내용이 공개되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어떻게 사실확인이나 법리검토도 제대로 안 된 사안들을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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