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주식 매각 등 방안 거론…내년 4월까지 신고납부
재계 "이 부회장 사법리스크 속 삼성가 고심 커져"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에 대한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 조달을 위한 삼성측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삼성 서초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
21일 재계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현재 이건희 회장의 주식 가치에 따른 상속세는 11조원이 넘는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두 달 전 예상에 비해 세부담이 훌쩍 커졌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 명의의 용인 땅과 용산 한남동 자택 등 부동산과 미술품, 채권, 현금 등 개인 자산을 합하면 최소 1조원의 상속세가 추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법정상속 지분은 배우자가 4.5분의 1.5, 자녀가 각각 4.5분의 1이다.
다만 삼성그룹 승계와 추후 상속세 이중 납부 등을 고려해 홍라희 여사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이 지분을 많이 상속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단 유족들은 상속세를 최대 5년간 분할납부(연부연납)하는 방식을 택할 전망이다.
연부연납은 신고·납부 때 '6분의 1' 금액을 내고 연이자 1.8%를 적용해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상속세 재원은 일차적으로 계열사의 배당을 확대해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개년 배당정책이 올해로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 1월에 새로운 배당 규모와 추가 환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획기적인 배당 정책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10월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그럼에도 부족한 상속세 조달을 위해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매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를 배당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서다.
증권가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032830] 지분(20.76%)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9.2%)을 매각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SDS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028260]이 각각 22.58%, 17.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순환 구조를 통한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
특히 삼성SDS는 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있고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우려 요인도 있었던 만큼 가장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삼성생명 지분은 배당 확대 등을 감안해 보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지키면서 유족들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증여받는 방식도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증여해 9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회사가 내게 하는 것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3%)인 만큼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21 xyz@yna.co.kr |
일각에서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물납'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상속세법에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유가증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분이 금지된 경우가 아니면 물납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면 그만큼 상속세가 줄어들지만 지배구조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역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관계자는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이 내년 4월 말까지인 만큼 그 사이에 여러 대안을 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사장 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일단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6년 넘도록 투병 생활을 한 만큼 그사이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는 교통정리가 됐을 공산이 크다"며 "상속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상속 문제까지 더해져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 여부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유지와 지배구조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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