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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회장 주식 상속세 11조 확정…'뉴삼성' 재편 본격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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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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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주식 재산을 물려 받게 된 유족의 최종 상속세가 11조원으로 확정됐다. 주식 외에도 이 전 회장 명의의 서울 한남동 주택 등 부동산 상속분까지 고려하면 실제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상속세 규모에선 역대 최대다.

상속세 11조원 내고 누가 지분 가져갈까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유족이 내야 할 이 회장의 보유 주식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11조388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고인이 사망한 10월 25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인 8월 24일부터 12월 22일까지 주식 흐름을 따져 계산한 '시가평균액(18조9,671억원)'에 실효세율 58.2%를 매긴 결과다.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4.18%(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날 종가 기준 이 전 회장의 주식가치는 22조1,110억원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의 유산엔 최대 주주 할증(20%)이 추가되면서 약 60%의 최고세율이 적용됐다.

상속 규모는 확정됐지만 법정상속인 중 누가 더 많은 지분을 상속받을 것인지 등 세부안은 정해진 게 없다. 이 전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 부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다. 법정상속분을 따지면 홍 전 관장이 전체 상속 지분의 3분의 1을, 자녀들이 9분의 2씩을 갖게 돼 있는데, 막대한 상속세 규모와 지분 상속에 따른 지배구조 변동 등을 감안하면 자녀들이 더 많은 지분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 관계자는 "상속세 납부 기한이 내년 4월 말까지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여러 대안을 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어떻게 낼까


아무리 부자여도 11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한 번에 내기란 쉽지 않다. 일각에선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열사에 상속 지분을 넘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간접소유에 따른 공정성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는 터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세 부담은 감수하고서라도 법정상속인이 지분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1차로 상속세의 '6분의 1'을 낸 뒤 나머지는 5년에 걸쳐 나눠내는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매년 내야 할 돈이 1조8,396억원에 이른다. 이 돈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데, 일단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과 배당 확대 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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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인들이 내야 할 주식분 상속세가 22일 증시 마감과 함께 확정된다. 이날 증시 상황을 보면 주식분 상속세만 11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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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변화 적잖을 듯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져 있다.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밑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각각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구조다.

지분 매각 후보는 삼성생명과 삼성SDS가 거론된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인데, 삼성생명 지분을 팔아도 최대주주 지위가 삼성물산(19.34%)으로 바뀌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다. 삼성SDS 역시 삼성전자(22.58%)와 삼성물산(17.8%)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상속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배당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속 후 삼성 오너 일가의 배당소득 규모는 7,000억원 수준인데, 배당을 확대하면 그만큼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배당소득을 높이기 위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로직스 지분(43.4%)을 삼성전자에 넘기고, 매각 대금으로 삼성전자 지분(6.8%)을 사들이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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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CES2010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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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에서 삼성물산 위상 더 커질 듯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이다 보니, 향후 삼성물산의 위상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현재 여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 역시 큰 변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낮추는 게 핵심이란 점에서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리는데, 이 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 중 6% 가량을 팔아야 한다. 삼성으로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이 지분을 계열사 한 곳이 떠안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다만 이 경우 총 자산 대비 삼성전자 주식가액 비율이 50%를 웃돌아 지주사 전환 요건에 걸리게 된다. 결국 2017년 4월 삼성이 접은 지주사 전환 작업이 다시 재개될 수도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장기적으로 오너 중심의 의사 결정 체제가 아니라 분산형 의사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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