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故이건희 회장과 삼성 총수일가. 출처= 삼성 |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12월 22일 증시의 종가 기준으로 故이건희 회장 소유의 삼성 각 자회사 주식의 가치는 총 18조9632억원으로 평가됐다.
주식 가치 평가와 동시에 현행법의 계산으로 산출된 상속세액은 약 11조360억원이다.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에 대한 상속세는 이 회장의 별세 전부터 재계의 논쟁거리였다. 논쟁은 상속세액 산출 이후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삼성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기업 상속세 제도 자체를 문제 삼는 의견과 상속세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재계의 전형적 '삼성 봐주기'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상속세 부과의 근거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창업주 혹은 총수일가를 중심으로 한 가업승계로 사업을 이어나나고 있다. 창업주와 혈연으로 이어진 직계 가족들이 '오너 경영인'으로 사업을 이어가야 책임감을 가지고 기업 경영 방향의 일관성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관점이 반영돼 있다. 여기에서의 '경영'에는 곧 회사에 속한 부 즉, '자산'까지 포함되기에 어떤 측면에서는 부의 세습으로도 볼 수 있다. 현행법은 이와 같은 막대한 부의 세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기업에게 부과한다. 이것이 바로 상속세다. 큰 자산이 특정 혈연관계로 이어가게 하는 대신 세금을 물어 일정부분의 가치 환원을 시키는 것이 상속세의 기본 원칙이다.
출처= 국세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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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정한 과세표준에 따르면 1억원 이하, 5억원 이하, 10억원 이하, 30억원 이하, 30억원 초과 등 5단계의 상속세 구간을 두고 최소 10%에서 시작해 구간이 올라갈 때마다 세율은 10%씩 올라간다. 누진 공제액은 5억원 이하부터 차례로 1000만원, 6000만원, 1억6000만원, 4억6000만원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소기업 정도만 되도 기본적으로 최고 구간을 대부분 넘어서는데 이러한 사례에 대해 국세청은 최대주주 할증률 20%, 자진 신고 공제율 3% 등을 추가로 적용한다. 상속세액은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한 값에서 공제액을 제외한 수치로 산출된다.
국세청은 짧은 기간 동안의 과도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5년 분납 조건에 연마다 1%대 이자율을 추가로 적용하는 분납제도도 마련해두고 있다.
재계 "기업 상속세율, 과도하다"
재계는 지난 수 년 동안 기업에 대한 상속세의 부담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 기업별로 상이한 재무나 지배구조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 획일적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 최대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임동원 연구위원은 "경영 의결권의 확보를 위해 대부분의 자산을 회사에 대한 주식으로 확보하고 있는 경영인들이 전체 자산의 60%에 이르는 현금을 동원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무리해서 상속세를 납부하면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없어 장기 관점의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고 이는 곧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우리나라의 상속세 기준과 글로벌 선진국들의 기준을 비교함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 경영권 승계 시 상속세 실부담을 OECD 주요국과 비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58%로 기록해 일본(55%), 미국(39.9%), 독일(30%), 영국(20%)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진행된 조사에서 직계비속에 대한 우리나라의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OECD 국가 중 2위, 최대주주 할증평가 적용 기준으로는 최대 60%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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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분할납부 조건을 적용해도 기업들의 부담감이 큰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일본·영국·미국·프랑스·독일에서는 기업에 대한 상속세 분할은 최대 10년 분납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상속세는 미실현 이득에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납부하기 위해 상속재산의 일부를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라면서 "우리나라와 기업의 여건이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 상속재산 중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최장 20년 간 분할납부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업상속을 제외한 일반 상속에 대한 분할납부 기간이 5년으로 제한돼 있어 상속재산 현금화에 대한 부담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시민단체 "상속세 제도는 문제없다"
상속세의 과도한 부담을 강조하는 재계의 시선과 정반대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시민단체 등은 현행법의 기업 부담이 결코 과도하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23일 참여연대는 '상속세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 발간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부담하는 실세 세부담이 과도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정세은 소장은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세율은 국제적으로 보아도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담세율(상속세 과세가액 대비 결정세액)과 실효세율(과세표준 대비 결정세액)로 살펴보면, 담세율은 16.7%, 실효세율은 28.6% 수준으로 명목세율 대비해 낮은 수준"이라면서 "상속세의 실효세율이 낮은 이유는 '상속공제'를 통해 현재 공제제도상 배우자공제를 제외하더라도 일괄공제로 5억원이 공제되고 있어 상속세 과세가액 중 40%에 달하는 상속재산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참여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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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여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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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와 여당 역시 시민단체의 관점과 같은 관점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에서 새롭게 논의할 정책 현안으로 '상속세율 인하'를 언급했다. 그러나 상속세율 인하에 부정적인 정부와 여당의 입장으로 현재까지도 상속세율 조정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의 상속세 문제가 논쟁으로 불거진 시점을 전후한 재계의 상속세 개편 요청을 '삼성 봐주기'로 여겨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수많은 대기업들은 상속세의 부담감을 충분하게 감당하면서 경영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유독 삼성의 사례를 들어 기업들이 상속세의 문제점을 유독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는 이들은 "삼성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LG의 경우, 현행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분납으로 충실하게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음에도 재계가 우려하는 경영의 위기 문제는 전혀 없었다"라면서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건희 회장 주식의 가치평가와 그에 대한 상속세액의 문제는 정치권과 재계에 또 하나의 과제를 던졌다. 양 측의 의견 모두가 '납득할 만 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관련한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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