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배제, 민생사면 방점…'코로나 극복' 특사
"이명박 제외하려고 한명숙‧이석기 뺐다"는 분석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024명에 대한 신년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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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네 번째 특별사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 정치인은 모두 빠졌다. 2017년, 2019년 사면에서 제외됐던 경제사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민생경제 어려움을 고려해 중소기업인·소상공인 중심으로 포함했지만 이번엔 정치인만 제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4·15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지난해 12월 특사 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특별사면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이광재 전 지사는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해 강원 원주시갑에 출마해 당선했다.
이번 특사를 앞두고도 정치권에선 한명숙 전 총리나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복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17년 8월 만기출소했으며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 전 의원은 내란 선동 혐의로 2013년 구속돼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2022년 9월이 만기 출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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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사면 위주…정치인·선거사범 제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면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지만, 처음부터 이번 특사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을 사면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한 전 총리와 이 전 의원까지 정치인 배제 원칙을 세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박연차 뇌물수수 사건 수사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 사건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프레임의 시발점인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MB 사면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확정판결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기대는 없었다”고 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2021년 신년 사면 발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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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원칙적으로 사면 대상자가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은 “형집행정지든 사면이든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번 정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석방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인 사면을 결정하기에는 자칫 역풍이 불 수 있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브리핑에서 “민생사면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처음부터 정치인이나 선거사범은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경제가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52명을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대기업 총수나 경영진은 제외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횡령이나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사면권 제한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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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국장 “처음부터 정치인이나 선거사범은 제외”
과거 7대 사회적 갈등 사건 중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집회 관련자 26명도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 7대 사회적 갈등 사건은 이 두 집회를 포함해 ▶광우병 촛불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쌍용차 점거 파업 관련 집회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를 말한다.
앞선 세 차례 특별사면에서도 7대 집회에 참여했다 처벌됐던 이들을 대거 사면·복권한 바 있다. 심재철 국장은 “동일한 사건에 있어서 지난해 125명을 사면했다”며 “그 이후 추가로 재판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 종전과 형평성 차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상생활과 생계에 필수적인 운전면허와 어업면허 정지·취소자 111만여명에 대해 행정제재를 감면하고, 생계형 운전자가 경제활동에 조기 복귀할 기회를 줬다. 다만 음주 운전자나 사망사고 야기자, 난폭운전자 등은 특별감면에서 배제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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