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유포 사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지난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 관계자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서울북부지검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관한 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7월 7일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단체 관계자 A 씨에게 연락해 박 전 시장을 '미투'(Me too)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대략적 사실을 알렸다.

이에 A 씨는 같은 날 전화로 이 같은 내용을 또 다른 여성단체 공동대표 B 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그 다음날인 지난 7월 8일 자신과 같은 단체의 공동대표 C 씨와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C 씨는 여성단체 출신인 남 의원에게 전화해 관련 내용을 알렸고, 남 의원은 곧바로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었다. 임 특보는 남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임 특보는 남 의원과 통화를 마친 직후 A 씨에게 연락했으나 관련 내용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확인받지 못했고, 이후 C 씨와 통화에서 김 변호사와 여성단체가 접촉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듣게 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임 특보는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면서 "시장님과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물었으나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특보는 같은 날 밤 서울 종로구 서울시장 공관에서 박 전 시장을 만나서도 상황을 설명했고,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이전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시장은 그 이튿날인 지난 7월 9일 오전 공관에서 당시 비서실장과 독대하며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다가 지난 7월 10일 0시1분께 종로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피해자 측이 실제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제출 당일 피해자 조사를 받은 사실까지는 임 특보와 박 전 시장 모두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다.

애초 이 사건은 청와대·검찰·경찰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대한 고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자 통화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외부로 피소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유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알린 행위에 대해서도 개인적 관계를 통해 이뤄진 일이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동안 박 전 시장을 포함해 관련자 23명의 휴대전화 26대에서 통화 내역을 확인하는 한편, 피고발인, 서울시 관계자, 언론사 기자 등 50여 명을 조사했다. 박 전 시장과 임 특보가 사용한 휴대전화 2대도 디지털 포렌식해 내용을 확인했다.

검찰은 피고발인들이 모두 불기소 처분되고,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으나 사건 내용이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점을 고려해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29일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수사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123@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