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사면 당시 반대 목소리 거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며 뉴스1과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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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들면서 정국이 요동칠 조짐이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는 특별사면을 거론한 데다 이 대표가 독자적인 색채를 내는 데 신중했던 태도를 바꿔 ‘통합’을 기치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의 경우 특권계층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많았던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일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의 법률적 상태가 다르다”고 밝혔는데, 이는 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하고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형 집행 정지로 구속 상태를 벗어나게 해 주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 대표의 이 발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실제로 건의가 이뤄지면 논의할 수 있을 뿐 사전에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특별사면 건의는 ‘정치적 통합’이라는 고유의 메시지를 던지며 다른 대권주자와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승부수라는 평가다. 지지율이 이재명 경기지사나 윤석열 검찰총장과 비교해 다소 열세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을 화두 삼아 본격적으로 중도층 표심을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사면에 대해 학계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반감이 많은 점은 이 대표가 넘어야 할 부분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전두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헌법소원이 청구되는 등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내란죄, 내란목적살인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 (뇌물죄) 등으로 각각 무기징역 및 징역 17년형의 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됐는데, 1997년 청구인들은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12·12 및 5·18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1996년 첫 재판 당시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나란히 서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청구인들은 특별사면이 공정하지 않으며 삼권분립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헌을 문란하게 한 내란죄의 주범이며 천문학적 숫자의 뇌물을 받은 그들의 오직 전직 대통령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사면의 대상이 된다면, 그들보다 낮은 신분으로서 가벼운 죄를 저지른 이들은 차별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두 전직 대통령에 중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헌법정신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 아무런 사정변경 없이 대통령이 그들을 특별사면한 것은 삼권분립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청구인들의 비판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십년 동안 횡령 혐의 등을 부인하다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살인 등 중범죄, 탄핵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김경진 전 의원은 대통령의 자의적인 특별사면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범죄 및 특정경제범죄를 저지른 사람 등에 대해서는 감형 및 복권을 하지 못하는 법률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4월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남녀 유권자 2011명)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7.6%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 사면복권을 반대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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