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인 개당 3만3000달러를 넘어섰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암호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새해의 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역대 최고가인 개당 3만300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시가총액 6000억 달러에 바짝 다가서며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시총(6689억 달러)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가 됐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각) 오후 7시49분 비트코인은 3만3155.12달러(약 3607만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처음으로 2만 달러를 고지를 밟은 지 보름여 만에 3만 달러 벽을 깨며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비트코인 광풍이 일었던 2017년(최고가 1만9497달러)의 최고가는 이미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도 3일(오후 3시 기준) 한 달 사이 81% 치솟은 378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질주에 이더리움(88만7538원), 라이트코인(15만5138원) 등 우량 암호화폐도 상승세다.
비트코인 가격 3만 달러 돌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 강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돈을 풀면서, 늘어난 유동성 자금이 각종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암호화폐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미국 달러 약세와 마이너스에 머무는 미국 실질금리 등도 암호화폐의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건 글로벌 금융사와 기관투자자(큰손)의 잇따른 암호화폐를 향한 러브콜이다. 전 세계 3억5000만명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팔이 올해부터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이용자들은 2600만개에 이르는 페이팔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화폐처럼 교환 수단으로 기능함을 보여준 셈이다.
큰 손의 비트코인 투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헤지펀드 튜더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 폴 튜더 존스는 개인 자산의 1~2%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로 불린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의 비트코인 상승세는 금융사와 기관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가 몰리며 거품(버블) 논란이 일었던 2017년 암호화폐 광풍과 다른 지점”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글로벌 금융사는 비트코인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런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데는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이 깔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11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디지털 시장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금(金)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은행의 전망치는 더 장밋빛이다. 비트코인을 '21세기 금(金)'으로 표현하며 올해 말 31만8000달러(3억4598만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10배로 오른다는 이야기다. 최근 보고서 `21세기의 금(21st Century Gold)`에 따르면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정부가 금 태환을 중단하며 50여년간 온스당 20~35달러에 머물던 금값이 단숨에 80달러로 치솟았던 것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야후 파이낸스 라이브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화폐도, 가치저장수단도 아니다”며 “한 무리의 사람들에 의해 전적으로 조작돼 가격 거품은 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험도 있다. 비트코인은 2017년 말 폭발적인 상승세로 2만 달러 가까이 올랐다가 2018년 말 3200달러로 수준까지 폭락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