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잘 걸리는 질환 대처법
많은 이의 새해 소원 1순위는 단연 ‘가족 건강’이다. 성장기 자녀부터 80세 이상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건강하기를 빈다. 그런데 가족 모두가 대비해야 할 질환이 같을 수는 없다. ‘그 나이대’에 잘 걸리는 질환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새해엔 온 가족의 연령대별로
건강 대비책을 세워 보는 건 어떨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한국인의 다빈도 질환’(입원 진료 기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환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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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비위생 질환, 위장염·결장염
10대와 20대의 다빈도 질환 1위는 모두 ‘위장염 및 결장염’이다. 위장염은 위·소장에, 결장염은 대장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주된 원인은 음식을 통한 세균·바이러스 감염이다. 10대에선 손을 깨끗이 씻지 않고 음식을 집어 먹거나 단체 급식을 통한 세균·바이러스 감염이 흔하고, 20대에선 해외여행 시 물갈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로 위장염과 결장염 발병이 잦다. 복통·설사·탈수 등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가벼우면 치료하지 않아도 스스로 낫는 경우가 많다. 탈수 증상이 심하거나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입원 시 신장 기능 저하 등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평균 2~3일, 길어도 일주일 이내로 호전된다. 손에 묻은 세균·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들어가 장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평소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상한 음식에 주의하기 위해 충분히 익혀 먹고 오래된 음식은 먹지 않는다. 위생 상태가 나쁜 식당이나 길거리 음식 등은 피하는 게 좋다.
감염성 장염을 유발하는 주된 식품이 해산물이다. 신선해 보이지 않은 해산물은 피하는 게 좋다. 채소·과일은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 먹는다. 여러 사람과 음식을 나눠 먹지 않고, 같이 먹는 음식은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습관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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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대] 자세 질환, 추간판 장애
30대와 40대, 50대에선 추간판 장애가 가장 흔하다. ‘추간판’은 척추와 척추 사이에 위치해 신체 움직임을 보존해 주고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추간판은 10대 후반부터 퇴행성 변화가 시작해 30대부터 탄성력이 떨어지는데, 잘못된 자세 습관 등으로 추간판에 압력이 가해지면 추간판이 빠져나올 수 있다. 이 질환이 추간판 장애다. 증상이 경추에서 발생하면 ‘경추 추간판 탈출증’, 요추에서 발생하면 ‘요추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한다. 대부분 척추 신경근을 압박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추간판 장애는 보존적인 약물치료와 물리 치료, 신경 차단술 등으로 호전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를 6주간 시행해 보고 호전되지 않거나 참을 수 없는 정도의 통증이 지속할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추간판 장애를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트레칭이다. 50분동안 일했다면 10분간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 동작을 취하며 경직된 근골격을 이완한다. 엎드린 상태에서 상반신을 들어 올리는 등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법은 추간판에 걸리는 압력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건강한 경추·요추는 ‘C’자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땐 고개를 많이 숙이지 않도록 유의한다. 착석할 땐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어 허리를 꼿꼿이 세워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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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시력 도둑, 백내장
60대와 70대의 다빈도 질환 1위는 백내장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속 섬유 단백질의 분자량이 증가해 수정체가 점차 혼탁해져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수정체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야가 뿌옇거나 침침하고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백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보통 50대에 발병하기 시작해 60세 이상의 70%가 백내장 증상을 경험한다. 백내장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수술받으면 대부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문제는 백내장으로 인한 합병증 대부분이 수술을 너무 미루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로 백내장을 노안과 혼동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안은 노화로 인해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조절력이 감소한 질환으로, 가까운 거리의 시력이 떨어지지만 돋보기를 착용하면 잘 보인다. 하지만 백내장은 돋보기를 써도 가까운 거리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거리와 상관없이 안개 낀 듯 눈이 침침하고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면 안과를 방문해 백내장 여부를 진단받는 게 급선무다. 백내장은 예방이 힘들지만 진행 속도는 늦출 수 있다. 야외에선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금연하며 정기 검진을 통해 눈의 염증 질환을 빠르게 치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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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이상]기억 지우개, 치매
80대 이상에선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1위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60%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을 보인다. 이 질환은 이상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 신경세포가 죽어 나가는 원인 미상의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주된 증상은 기억장애다. 뇌가 건강했을 때 저장한 과거의 기억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기억은 저장하지 못한다. 증상이 더 악화하면 과거의 기억도 손상되고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막는 생활 습관으로 ‘3다(多)3불(不)’이 있다. 많이 할수록 좋은 ‘3다’는 읽고, 씹고, 걷는 것이다. 편지에 구사된 단어가 풍부할수록 치매 발병률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루 1시간 이상 책·신문을 읽거나 글을 쓰면 두뇌 회전에 도움된다. 음식을 씹는 ‘저작 운동’은 뇌의 신경을 자극해 인지 기능을 활성화하고 뇌 혈류량을 높인다. 걷기 운동은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Aβ-42)의 축적을 줄인다. 버려야 할 ‘3불’은 생활습관병, 과음, 우울증이다.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생활습관병으로 혈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뇌세포가 파괴되고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비만인 경우 지방세포가 혈관의 노화를 촉진해 치매 유병률을 2.5배 높인다. 과음도 뇌세포를 파괴한다. 술을 하루에 6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비음주자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1.5배 높다. 우울증은 치매를 막기 위해서라도 치료가 필수다. 치매 환자의 약 40%에서 우울증이 동반된다.
도움말=김윤재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전형준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안성준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한영근 SNU청안과 원장, 이학영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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