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사면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며 이명박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든 겁니다. 당사자의 반성과 국민적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는데요. 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셉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이낙연 "너의 죄를 사하노라"…누구 마음대로? 논란 >
"너의 죄를 사하노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갑작스레 사면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일) : (신년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말씀하셨는데요.)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님께 건의 드릴 생각입니다.]
[전두환 (2019년 11월 / 화면제공: 임한솔 전 정의당 부대표) : (광주 5·18 학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 내가 이 사람아. 내가 이 사람아.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도 있지 않은데 군에서 명령도,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해?]
전두환 씨와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긴 분도 있었습니다.
[노재헌/노태우 씨 아들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해 6월 23일) : 모든 영령분들께 정말 너무 고개 숙여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한 분, 한 분 다 가서 사죄의 참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아버님의 뜻을 또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직접 오지 못하시는 그런 뜻도 담아서 사죄의 마음이 들고 또 참배를 정중하게 드리고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추진하시는?) 아니 중요하다라고 돼 있는 것이죠.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습니다.]
그런데 당장 국민의힘에선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무죄를 주장하고, 정치적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반성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라고 말입니다.(주호영) 사과, 못하겠다는 겁니다.
[이재오/국민의힘 상임고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성을 하려면 잡아간 사람이 반성해야지 잡혀 간 사람이 무슨 반성을 하냐. 아니, 내줄 사람이 그동안에 오래 고생했으니까 미안하다 하고 내주면 몰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 보고 너 잘못했다 해라 그러면 내보내 주겠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거는 시중 잡범들이나 하는 이야기고.]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해 12월 15일) :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습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습니다. 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흔들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복권은 촛불국민에 대한 배신이다"(안민석),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었던, 촛불국민은 뭐가 되느냐"(정청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당 지도부에서도 반발이 나왔습니다.
[양향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어제) : (사면에) 국민께서 동의하실까요]
[김종철/정의당 대표 : 두 전직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대표가 무마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문득,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은 아니지만, 사면권을 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이 대표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저는 대통령과 두 분이 단둘이 나눈 대화를 누가 알겠습니까만 우리 이낙연 대표님께서 워낙 대통령의 권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때 기본적인 어떤 교감 없이 얘기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다만 이게 사면권이라는 건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두 분이 비밀리에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거라고 저는 봅니다.]
결국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습니다. 오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예정돼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간담회, 판결 이후에 열릴 걸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사면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지켜볼 일입니다.
< "정인아 미안해"…'은비'를 기억하시나요? >
"정인아 미안해" 입양된 지 271일만에 숨진 16개월 아기. 정인이의 해맑던 웃음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자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 양부모였습니다. 그리고 세 차례나 학대 신고를 받고도, 무혐의 처리한 경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합니다.
이분들 역시 떳떳하진 못할 겁니다. 하루종일 정인이의 이름을 애달프게 부른, 정치인들 말입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정인이의 가엾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학대자 신상을 공개하겠습니다. 아동학대, 음주운전, 산재사망에 대해서는 '국민생명 무관용 3법'을 입법하겠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정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웃, 어린이집, 소아과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안일한 태도를 보였고 아이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진상규명을 통해 이 사건의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늘리겠다, 책임자를 엄벌하겠다,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정인이는 세상을 떠난 뒤입니다. 입양된 아동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6년엔 6살 소녀가 양부모에게 살해를 당했습니다. 시신은 불태워 암매장했습니다.
[주모 씨/피해자 양아버지 (2016년 10월) : (딸에게 하고 싶은 말 없습니까?) 미안하다 OO아. (딸이 죽음에 이를 거란 거 모르고 계셨습니까?) 할 말 없습니다.]
같은 해 7월에도 5살 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아이의 몸은 양부모의 학대로 멍에 화상 자국까지 있었습니다. 입원 3개월 뒤,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이 아이의 생명, 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있기 전 아이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담당 의사가 경찰에 학대 신고를 했지만 "그럴 가정이 아니다"라는 다른 의사의 말만 믿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붙여준 가명은 '은비'였습니다. 당시에도 정치권은 '은비'의 죽음을 가슴 아파했습니다. 국회에 대책위까지 꾸렸습니다.
[김삼화/당시 국민의당 의원 (2016년 11월) : 입양돼서 학대를 받고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네 살 은비는 석 달여 만에 사망 판정을 받고 한 줌 가루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이재정/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년 11월) :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양아동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입니다.]
[남인순/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년 11월) : 입양아동이 학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의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구멍이 뚫린 지점을 찾아내서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입양 절차를 전면 개선하도록 제안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제출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 절반에 이르는 160여 개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반짝 관심을 보이다, 이내 손을 놓은 겁니다. '정인'이의 이름도 '은비'처럼 결국 잊혀지고 마는 건 아닐까요?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한 명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정인아 미안해" 어른들의 자책이 이어지는 건, 우리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 듯싶습니다. "네 탓이 아니야" 지금 우리 주변에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을 지 모를 일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낙연 "너의 죄를 사하노라"…누구 마음대로? 논란 >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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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사면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며 이명박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든 겁니다. 당사자의 반성과 국민적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는데요. 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셉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이낙연 "너의 죄를 사하노라"…누구 마음대로? 논란 >
"너의 죄를 사하노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갑작스레 사면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일) : (신년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말씀하셨는데요.)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님께 건의 드릴 생각입니다.]
이유는 국민통합입니다. 아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두환, 노태우 씨 사면을 떠올린 듯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최대 피해자였죠. "너의 죄를 사하노라" 김 전 대통령에겐 용서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기대와 많이 달랐지만 말입니다.
[전두환 (2019년 11월 / 화면제공: 임한솔 전 정의당 부대표) : (광주 5·18 학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 내가 이 사람아. 내가 이 사람아.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도 있지 않은데 군에서 명령도,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해?]
전두환 씨와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긴 분도 있었습니다.
[노재헌/노태우 씨 아들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해 6월 23일) : 모든 영령분들께 정말 너무 고개 숙여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한 분, 한 분 다 가서 사죄의 참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아버님의 뜻을 또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직접 오지 못하시는 그런 뜻도 담아서 사죄의 마음이 들고 또 참배를 정중하게 드리고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두 사람의 극명한 대비, 그 차이는 사죄에 있었습니다.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지은 죄가 뭔지 알아야 용서도 구하고, 사과도 하겠죠. 그래서일까요. 이낙연 대표도 뒤늦게 전제조건을 달았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추진하시는?) 아니 중요하다라고 돼 있는 것이죠.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습니다.]
그런데 당장 국민의힘에선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무죄를 주장하고, 정치적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반성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라고 말입니다.(주호영) 사과, 못하겠다는 겁니다.
[이재오/국민의힘 상임고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성을 하려면 잡아간 사람이 반성해야지 잡혀 간 사람이 무슨 반성을 하냐. 아니, 내줄 사람이 그동안에 오래 고생했으니까 미안하다 하고 내주면 몰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 보고 너 잘못했다 해라 그러면 내보내 주겠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거는 시중 잡범들이나 하는 이야기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이 사과가 조금 무색해졌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해 12월 15일) :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습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습니다. 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흔들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복권은 촛불국민에 대한 배신이다"(안민석),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었던, 촛불국민은 뭐가 되느냐"(정청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당 지도부에서도 반발이 나왔습니다.
[양향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어제) : (사면에) 국민께서 동의하실까요]
지난 2016년,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의 염원. 민주당만의 유산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종철/정의당 대표 : 두 전직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대표가 무마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문득,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은 아니지만, 사면권을 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이 대표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저는 대통령과 두 분이 단둘이 나눈 대화를 누가 알겠습니까만 우리 이낙연 대표님께서 워낙 대통령의 권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때 기본적인 어떤 교감 없이 얘기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다만 이게 사면권이라는 건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두 분이 비밀리에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거라고 저는 봅니다.]
결국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습니다. 오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예정돼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간담회, 판결 이후에 열릴 걸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사면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지켜볼 일입니다.
< "정인아 미안해"…'은비'를 기억하시나요? >
"정인아 미안해" 입양된 지 271일만에 숨진 16개월 아기. 정인이의 해맑던 웃음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자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 양부모였습니다. 그리고 세 차례나 학대 신고를 받고도, 무혐의 처리한 경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합니다.
이분들 역시 떳떳하진 못할 겁니다. 하루종일 정인이의 이름을 애달프게 부른, 정치인들 말입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정인이의 가엾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학대자 신상을 공개하겠습니다. 아동학대, 음주운전, 산재사망에 대해서는 '국민생명 무관용 3법'을 입법하겠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정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웃, 어린이집, 소아과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안일한 태도를 보였고 아이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진상규명을 통해 이 사건의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늘리겠다, 책임자를 엄벌하겠다,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정인이는 세상을 떠난 뒤입니다. 입양된 아동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6년엔 6살 소녀가 양부모에게 살해를 당했습니다. 시신은 불태워 암매장했습니다.
[주모 씨/피해자 양아버지 (2016년 10월) : (딸에게 하고 싶은 말 없습니까?) 미안하다 OO아. (딸이 죽음에 이를 거란 거 모르고 계셨습니까?) 할 말 없습니다.]
같은 해 7월에도 5살 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아이의 몸은 양부모의 학대로 멍에 화상 자국까지 있었습니다. 입원 3개월 뒤,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이 아이의 생명, 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있기 전 아이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담당 의사가 경찰에 학대 신고를 했지만 "그럴 가정이 아니다"라는 다른 의사의 말만 믿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붙여준 가명은 '은비'였습니다. 당시에도 정치권은 '은비'의 죽음을 가슴 아파했습니다. 국회에 대책위까지 꾸렸습니다.
[김삼화/당시 국민의당 의원 (2016년 11월) : 입양돼서 학대를 받고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네 살 은비는 석 달여 만에 사망 판정을 받고 한 줌 가루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이재정/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년 11월) :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양아동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입니다.]
[남인순/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년 11월) : 입양아동이 학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의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구멍이 뚫린 지점을 찾아내서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입양 절차를 전면 개선하도록 제안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제출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 절반에 이르는 160여 개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반짝 관심을 보이다, 이내 손을 놓은 겁니다. '정인'이의 이름도 '은비'처럼 결국 잊혀지고 마는 건 아닐까요?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한 명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정인아 미안해" 어른들의 자책이 이어지는 건, 우리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 듯싶습니다. "네 탓이 아니야" 지금 우리 주변에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을 지 모를 일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낙연 "너의 죄를 사하노라"…누구 마음대로? 논란 >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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